7034.25에서 시작한 아침, 열흘 뒤 5554가 됐다: 10월 6일 낙관의 설계도를 다시 연다

여러분, 지금 당장 달력을 10월 6일로 되돌려 보겠습니다. 그날 아침 9시 1분, 전광판에는 7034.25라는 숫자가 떠 있었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30.51포인트, 0.44% 오른 숫자였죠. 그런데 이 숫자, 지금 보면 오싹하지 않습니까? 불과 9거래일 뒤인 10월 15일 코스피는 5554.22로 마감했습니다. 그 사이 서킷브레이커까지 터졌고요. 오늘은 급락의 한복판이 아니라, 그 직전 아침의 풍경을 다시 펼쳐보려 합니다. 사고 현장보다 사고 직전의 CCTV가 더 많은 걸 알려주는 법이거든요.

먼저 그날 아침 시장이 왜 웃고 있었는지부터 보겠습니다. 간밤 뉴욕이 이유였습니다. 다우지수는 0.18%, S&P500은 0.66% 올랐고, 나스닥은 1.05%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주인공은 인공지능 기술주였죠. 한국 시장 입장에서는 앞마당에 햇볕이 쏟아지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시총 상위 종목도 삼성전자, SK스퀘어, 삼성전기,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KB금융, 삼성생명이 줄줄이 올랐으니까요.

수급 표정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312억 원, 기관이 556억 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이 932억 원을 팔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구도입니다. 개인이 차익을 챙기고, 외국인과 기관이 받아주는 모양새였죠. 코스닥도 903.54로 1.15% 올랐고, 에코프로, 주성엔지니어링, 레인보우로보틱스 같은 이름들이 강세였습니다. 대형주도 중소형주도 함께 웃는, 이른바 ‘전방위 온기’였던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겠습니다. 이날의 상승폭은 0.44%였습니다. 신고가 랠리라고 부르기엔 소박한 숫자죠. 기사에도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같은 장면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히려 내리고 있었습니다. 지수를 떠받치는 핵심인 반도체 대장 한 축이 이미 힘을 못 쓰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겉으로는 뉴욕 훈풍이 불었지만, 코스피 안에서는 온기가 균일하지 않았던 거죠. 균열은 늘 이런 사소한 불균형에서 시작됩니다.

그럼 낙관은 정확히 어디서 금이 갔을까요? 이후 기사들을 이어 붙이면 순서가 보입니다. 6일의 낙관은 사실상 ‘뉴욕의 AI 호황이 서울로 그대로 전달된다’는 한 문장 위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전제가 하나씩 흔들렸습니다. 6일부터 12일까지 4거래일 연속 내림세로 누적 하락률이 8.85%에 달했고, 13일에는 6.71% 급락 구간까지 내려가며 6000선이 무너졌습니다. 이유로 지목된 건 오픈AI 연환산 매출이 7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줄었다는 소식, 중국 CXMT의 서버용 메모리 추격, 애플의 아이폰 부품 주문 15~20% 축소 같은 것들이었죠. 한마디로 ‘AI 수요는 영원하다’는 믿음에 대한 의문이 한꺼번에 몰려온 겁니다.

더 무서운 건 구조입니다. 이 시기 외국인은 이미 대규모로 팔고 있었습니다. 9월 한 달여 동안만 20조 원 넘게 순매도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보유율도 각각 46%대, 49%대까지 내려와 있었습니다. 그 매물을 받아준 건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었는데, 이게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죠.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파도가 높아지는데 방파제 공사가 끝나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 위에서 시장은 뉴욕의 햇볕만 쬐고 있었던 거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 복기에서 무엇을 가져가야 할까요? 첫째, 신고가 소식이 곧 안전하다는 신호는 아닙니다. 6일 아침의 나스닥 사상 최고치는 낙관의 정점이었지, 안전판이 아니었습니다. 둘째, 지수가 오르는 날에도 내부를 보세요. 대장주가 빠지고 있는지, 누가 사고 누가 파는지 말입니다. 셋째, 하나의 서사에 모든 게 걸려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그날 시장은 AI라는 단일 서사에 올라타 있었고, 그 서사에 금이 가자 7000선은 열흘도 버티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그때 팔았어야 했다’는 후견지명이 아닙니다. 그날 아침에 모두가 폭락을 예견했다면 폭락은 오지 않았겠죠. 다만 기억해 둘 만한 건 있습니다. 가장 평온해 보이던 아침의 숫자 하나하나가, 지나고 보니 경고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다음 영상에서는 이 급락 이후 무너진 지지선을 다시 쌓으려는 시도들을 이어서 짚어보겠습니다. 오늘 내용이 도움이 됐다면 구독과 알림 설정,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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