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 보고서가 AI 인프라 시장에 던진 경고, 네오클라우드 80% 독립운영 중단 전망에 코스피 7% 급락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한 편의 보고서가 국내 증시에 거센 충격파를 일으켰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7.57% 폭락하며 5554.22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낙폭은 1980년대 이후 7거래일 기준으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사태 때를 제외하면 가장 큰 수준이었다.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직접적인 계기는 전날 밤 가트너가 내놓은 분석이었다. 이 보고서는 인공지능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현재 속도로 지속될 경우,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80% 이상이 2030년까지 독립적인 운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을 담았다. 네오클라우드 기업은 AI 연산을 위한 데이터센터와 GPU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신생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을 일컫는다.

가트너의 경고는 AI 인프라 투자 대비 수익성 부족이라는 핵심 문제를 지적했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최신 GPU 서버와 냉각 시스템, 전력 공급 설비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이 대다수라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 기술 기업들이 자체 AI 인프라를 강화하면서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전망이 시장에 미친 파장은 즉각적이었다. 미국 증시에서 네오클라우드 대표 기업인 코어위브는 15.46% 급락했다. 아이렌과 네비우스그룹도 각각 12.18%, 10.08% 하락 마감했다. 최근 회사채 위기를 겪은 코어위브는 이날 0.4% 추가 하락하며 AI 신용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선 관련 종목이 일제히 흔들렸다. 삼성전자는 2.98%, SK하이닉스는 4.23%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120만원 아래로 내려가며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꺾이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AI 인프라 관련 수혜주로 분류됐던 종목들의 낙폭은 더 컸다.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업체, 전력 공급 장비 제조사, 광케이블 생산 기업 등이 5~10% 이상 급락했다. 그동안 AI 투자 붐에 힘입어 고평가 논란을 받아왔던 종목들이 가트너 보고서를 계기로 일제히 조정을 받은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충격이 단순한 기술적 조정을 넘어 AI 산업 전반의 수익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분석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AI 칩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어나지만, 실제로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지 않다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연쇄 부실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대규모 부채를 활용해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어위브는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금리 급등을 경험하며 신용 리스크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가트너 보고서는 또한 AI 인프라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zon, 구글 같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자체 AI 인프라를 확충하면서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가격 경쟁으로 내몰리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입장에서 이번 충격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했는지 재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며 ‘일만피(1만 포인트)’ 기대감까지 나왔던 것은 AI 반도체 수요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였다. 그러나 최종 수요처인 AI 인프라 기업들의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 같은 낙관론이 빠르게 수그러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AI 관련 테마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AI 수혜주로 분류됐던 종목들 중 실제 수익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에 장비와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의 실적 전망도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트너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AI 기술 발전과 활용 확대가 초기 단계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 수익성만으로 미래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클라우드 산업 초기에도 유사한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시장은 성장했다는 사례도 언급된다.

그럼에도 이번 가트너 보고서가 시장에 던진 화두는 분명하다. AI 투자 열풍 속에서 간과됐던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본질적 질문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비즈니스 모델 검증 과정이 증시 방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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