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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이십 년, 삼십 년이 지나면 부부 사이에 큰 사건은 줄어든다. 대신 작은 말들이 쌓인다. 저녁 식탁에서 오간 한마디, 텔레비전을 보다 툭 던진 한마디가 며칠씩 마음에 걸린다. 사이가 멀어진 이유를 물으면 많은 이들이 특별한 계기를 대지 못한다. 그저 어느 순간부터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통 전문가이자 강연가 김창옥은 한 강연에서 “부부에게는 사랑보다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랑이 식어서 부부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해가 비어 있는 자리로 서운함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랑은 감정이라 오르내리지만 이해는 상대를 들여다보려는 태도라 매일 선택할 수 있다. 그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부부를 갈라놓는 것은 거창한 배신보다 이해를 건너뛴 채 오가는 평범한 대화다. 그런 대화를 몇 가지로 추려 보았다.
4위 – 결론부터 묻는 말
아내가 낮에 있었던 일을 꺼내면 남편은 중간에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묻는다. 남편이 회사 이야기를 하면 아내는 “그러니까 당신이 이렇게 했어야지”라고 정리한다. 말한 사람이 원한 것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 일을 겪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랐을 뿐이다.
결론부터 묻는 말은 효율적으로 들리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는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람은 말을 줄인다. 말이 줄어든 부부는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의 하루를 모르게 된다.
3위 – 지난 일을 끌어오는 말
오늘 일로 시작한 다툼이 어느새 십 년 전 이야기로 번진다. “당신은 그때도 그랬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대화는 지금의 문제를 떠난다. 상대는 해명할 기회도 없이 오래된 장부 앞에 서게 된다.
지난 일을 꺼내는 사람에게도 사정은 있다. 그때 이해받지 못한 마음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이다. 다만 그 마음은 오늘의 싸움에 섞어 던질 때가 아니라 따로 시간을 내어 차분히 꺼낼 때 비로소 전해진다.
2위 – 남과 견주는 말
“옆집 남편은 알아서 다 한다더라”, “친구 아내는 그런 말 안 한대”. 비교하는 말은 가볍게 시작되지만 듣는 쪽에는 평가로 남는다. 내 배우자를 이해하려는 노력 대신 바깥의 기준으로 배우자를 재는 셈이다.
남의 집 사정은 늘 겉모습만 보인다. 그 겉모습에 내 배우자를 맞춰 세우면 상대는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말만 듣는다. 비교가 잦은 집에서 배우자는 점점 마음의 문을 닫는다.
1위 – “당신은 원래 그래”라는 단정
부부 대화에서 가장 무거운 말은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다. 이 말은 한 번의 행동을 사람 전체로 넓힌다. 그리고 더 들어볼 필요가 없다고 선을 긋는다. 이해의 문을 스스로 닫는 말이다.
이해는 상대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했는지 궁금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런데 “원래 그렇다”고 단정하는 순간 궁금증은 사라진다. 상대는 변명할 이유도, 달라질 이유도 잃는다. 긴 세월 함께 산 부부일수록 서로를 다 안다고 믿기 쉽고, 그래서 이 말을 더 쉽게 꺼낸다.
김창옥의 말처럼 부부에게 필요한 것이 이해라면 그 반대편에 놓인 것은 단정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어도 단정하는 말이 쌓이면 부부는 서로를 더는 알려고 하지 않게 된다.
오늘 저녁 배우자에게 “오늘 하루 중에 뭐가 제일 신경 쓰였어?”라고 한 번만 물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끼어들지 않고 듣는다. 조언도 정리도 덧붙이지 않는다. 말이 끝나면 “그랬구나” 한마디면 충분하다.
거창한 화해나 깊은 대화가 아니어도 된다. 끝까지 들어주는 몇 분이 이해의 첫걸음이 된다. 그 몇 분을 오늘 하루 한 번 만들어 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