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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질문을 다섯 번째 듣는 순간,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그 한마디를 정말 참고 있는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 줄이 진단받은 부모의 하루를 통째로 흔들어 놓는다. 주말에 본가에 들르면 어머니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몇 번이고 묻고, 식탁에서는 지난 일을 어제 일처럼 꺼낸다. 처음엔 웃으며 답하던 자식도 저녁 무렵이면 목소리가 굳는다.
치매 진단 뒤 가족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병보다 말이다. 기억은 흐려져도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진단 이후 돌보는 자녀가 자기도 모르게 자주 하는 말 세 가지를 정리했다.
3위. 어린아이 대하듯 반말·명령조로 말하기
약봉지를 내밀며 “엄마, 이거 먹어. 빨리, 흘리지 말고”라고 말하는 장면은 흔하다. 챙기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지만, 평생 자식을 먹이고 입힌 어머니에게는 한순간에 아이 자리로 내려앉았다는 신호로 들린다. 대꾸는 못 해도 속으로는 ‘이제 이 집에서 내가 어른이 아니구나’ 하고 입을 닫는다.
기억이 흐려져도 체면과 자존심을 느끼는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편이다. 평소 쓰던 말투는 그대로 두고, 지시 대신 “어머니, 이 약 지금 드실까요?”처럼 한 번에 하나씩 권하는 쪽이 무난하다. 짧고 천천히 말하는 것과 낮춰 말하는 것은 다르다.
2위. 틀린 기억을 바로잡으려고 따지기
오래전 세상을 떠난 외삼촌이 오늘 다녀갔다고 하시면, 자식은 반사적으로 “외삼촌 돌아가신 지가 언젠데요, 정신 좀 차리세요”라고 받아친다. 사실을 알려 드리려던 말이지만, 어머니에게는 방금 한 이야기를 통째로 부정당한 셈이다. 슬픈 소식을 처음 듣는 것처럼 다시 겪게 되기도 한다.
기억이 뒤섞이는 것은 병의 증상이어서 따진다고 돌아오지 않는다. 다툼 끝에 남는 것은 억울함과 불안뿐이다.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외삼촌 생각이 나셨어요?” 하고 그 마음을 먼저 받아 준 뒤 화제를 자연스럽게 돌리는 편이 서로 덜 다친다.
1위.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하고 반복 지적하기
같은 질문이 거듭되면 결국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벌써 몇 번째예요”라는 말이 나온다. 자식은 한숨처럼 흘린 말이지만, 부모는 지금 처음 묻는다고 믿고 있다. 그 자리에서 돌아오는 것은 대답이 아니라 ‘내가 또 실수를 했구나’ 하는 부끄러움이고, 그 뒤로는 궁금한 것이 생겨도 묻지 않게 된다.
물음을 거둔 부모는 하루하루 더 조용해지고, 그 침묵은 가족에게 더 큰 걱정으로 돌아온다. 같은 질문에는 처음 듣는 것처럼 같은 답을 하는 것이 가장 쉬운 돌봄이다. 지치는 날에는 달력이나 메모판에 일정을 크게 적어 두고 “여기 적어 놨어요” 하며 함께 들여다보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진단을 받았다고 부모가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화의 무게가 자식 쪽으로 조금 더 기울었을 뿐이다. 오늘 같은 질문을 세 번 들었다면, 세 번째 대답을 첫 번째와 같은 목소리로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한 번이 부모에게는 아직 이 집의 어른이라는 확인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