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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통장에 꼬박꼬박 넣어 준 돈이 나중에 세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 자녀와 얼굴을 붉히는 일로 번지기도 합니다. 명절 용돈을 모아 두거나 매달 조금씩 넣어 손주 앞날에 보태려는 조부모가 많습니다. 하지만 통장을 만들고 돈을 넣는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생기기 쉽습니다.
손주 이름으로 된 통장은 돈만 넣는다고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서류와 세금은 물론이고 훗날 그 돈을 누가 맡아 둘지까지 함께 정해야 합니다. 조부모가 미리 알아 두면 좋은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3위. 손주 부모 동의와 서류 챙기기
손주 통장을 만들어 주려고 은행에 갔다가 “아이 부모님이 직접 오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그냥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조부모 입장에서는 내 돈을 넣어 주겠다는데 왜 이렇게 까다로운지 서운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나중에 이 일을 전해 들은 자녀는 우리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은행부터 가셨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미성년자 통장은 보통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만듭니다. 조부모가 대신 가려면 부모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관계증명서와 아이 기본증명서도 대개 함께 냅니다. 은행마다 필요한 서류가 조금씩 다르니 미리 전화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손주 부모와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가는 편이 무난합니다.
2위. 증여 비과세 한도 안에서 넣기
“애 통장에 넣는 돈인데 무슨 세금이 붙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자녀는 나중에 세금 문제가 생기면 그 뒷감당을 누가 하게 될지 속으로 걱정합니다.
손주 이름 통장에 넣은 돈은 증여로 볼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는 보통 10년 동안 2천만 원 정도까지 세금 없이 받을 수 있는데, 부모와 조부모가 준 돈을 합쳐서 따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가 이미 한도를 채웠다면 조부모가 넣은 돈에 세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세대를 건너뛴 증여에는 세금이 더 붙기도 합니다. 돈을 넣기 전에 자녀와 금액을 맞춰 보고, 큰돈이라면 세무서나 세무사에게 확인한 뒤 증여 신고를 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1위. 누가 관리하고 언제 넘겨줄지 정하기
통장과 도장을 할머니가 맡아 두고 “이건 대학 갈 때 쓰라고 모은 거다”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손주 부모는 그 돈을 학원비에 보태고 싶을 수 있고, 다 큰 손주는 내 이름으로 된 돈을 왜 내 뜻대로 못 쓰는지 의아해할 수 있습니다. 통장은 하나인데 세 사람이 저마다 다른 쓰임새를 떠올리고 있는 셈입니다.
통장의 주인은 이름이 적힌 손주입니다. 성인이 되면 손주가 직접 돈을 찾을 수 있고, 조부모가 통장을 갖고 있어도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조부모가 급할 때 그 돈을 다시 꺼내 쓰면 세금 문제가 꼬일 수도 있습니다. 평소 관리는 누가 맡고 몇 살쯤 어떤 용도로 넘겨줄지 처음부터 자녀와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손주 통장은 돈보다 마음을 담는 일입니다. 그래도 마음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부모 동의를 먼저 구하고, 세금 한도를 살피고, 넘겨줄 때까지 정해 두어야 그 돈이 온전히 손주 몫으로 남습니다.
조부모 혼자 결정하기보다 자녀와 한자리에 앉아 함께 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렇게 해야 오랫동안 모아 준 돈이 집안에 서운함이 아니라 고마움으로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