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뜻으로 건넨 한마디에 사돈 얼굴이 굳었다면 그 식사 자리는 이미 어긋난 겁니다. 웃으며 헤어졌어도 그 말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몇 번이고 되살아납니다. 자녀가 결혼한 뒤 양가가 한 상에 둘러앉는 날은 손주 돌잔치나 명절 인사 정도로 손에 꼽을 만큼 드뭅니다. 그만큼 서로 조심스럽고, 어색한 침묵을 메우려다 말이 앞서기도 쉽습니다.
사돈은 가족이면서도 손님 같은 사이입니다. 편하게 대하자니 조심스럽고, 격식을 차리자니 거리가 느껴집니다. 양가 식사 자리에서 관계를 서먹하게 만드는 말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3위. 겸손이라며 내 자식 흉보는 말
사돈 앞에서 내 자식을 낮추는 것을 오래된 겸양으로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애가 원래 게을러서 살림은 영 못해요, 사돈댁에서 고생하시겠어요”라는 말이 웃음 섞여 나오곤 합니다. 말하는 쪽은 예의를 갖췄다고 여기지만, 듣는 사돈은 그런 사람과 우리 자식이 산다는 뜻인가 싶어 마음이 개운치 않습니다. 옆에 앉은 며느리나 사위는 더 난처합니다.
자식은 이제 한 가정을 꾸린 사람이고, 그 흉은 배우자와 그 부모에게까지 번집니다. 낮추고 싶다면 자식 대신 부모 쪽을 낮추는 편이 무난합니다. “저희가 부족하게 키운 게 많아 잘 부탁드립니다” 정도면 충분하고, 상대 자녀를 한 번 더 칭찬해 주면 자리가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2위. 양가 형편이나 직업, 사는 집을 견주는 말
식사가 무르익으면 사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갑니다. 그러다 “그 동네는 요즘 시세가 어떤가요, 저희 쪽은 그래도 꽤 올랐더라고요” 같은 말이 가볍게 흘러나옵니다. 묻는 쪽은 안부라 여기지만 듣는 쪽은 형편을 저울질당하는 기분이 들어 대답을 고르느라 수저를 내려놓게 됩니다.
양가의 살림 규모나 직업은 처음부터 같을 수 없습니다. 비교가 시작되면 혼수나 예단처럼 이미 지나간 일까지 다시 떠오르며 서운함이 쌓입니다. 집이나 돈, 직장 이야기는 상대가 먼저 꺼내지 않는 한 묻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대화는 건강이나 요즘 즐기는 일, 아이들 근황처럼 누구에게도 점수가 매겨지지 않는 쪽으로 이끄는 것이 좋습니다.
1위. 손주 키우는 방식에 대한 훈수
손주가 생기면 양가가 만날 일이 느는 만큼 부딪힐 일도 늡니다. 아이가 밥을 남기거나 칭얼대면 “요즘 애들을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그래요,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하는 말이 나오기 쉽습니다. 말하는 쪽은 걱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아이를 돌봐 온 사돈과 아이 부모에게는 지금껏 잘못 길렀다는 평가로 들립니다.
양육 방식은 세대마다, 집안마다 다르고 요즘은 아이 부모가 정한 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가 조부모가 서로 다른 기준을 내세우면 그 사이에서 가장 곤란해지는 건 자녀 부부입니다. 걱정되는 점이 있어도 사돈 앞에서는 말을 아끼고, 꼭 필요하다면 나중에 내 자식에게 조용히 전하는 정도가 무난합니다. 사돈에게는 “손주 돌봐 주셔서 늘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가 어떤 조언보다 반갑습니다.
사돈 사이는 자주 만나서 깊어지기보다 한 번 만날 때 남은 인상으로 기억됩니다. 내 자식도, 사돈의 형편도, 손주 키우는 일도 평가하지 않고 들어 주기만 해도 식사 자리는 한결 편안해집니다. 양가가 웃으며 헤어진 날의 편안함은 고스란히 자녀 부부의 집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