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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을 살렸다고 안심했는데, 몇 달 뒤 결국 신경치료 의자에 다시 앉게 된다면 어떨까. 치아 속 생명을 지키는 치료일수록 작은 빈틈 하나가 몇 달, 몇 년 뒤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 치과계에서 나왔다.
대한치주과학회(회장 설양조)는 지난 9월 10일 서울대치과병원 한화홀에서 2026년 제2차 학술집담회를 열었다. 153명이 등록한 이 자리에서 곽영준 연세자연치과의원 원장은 ‘생활치수치료-실패의 원인 및 해결 방안’을 주제로 임상 경험을 공유했다.
치수는 치아 가장 안쪽에서 신경과 혈관이 모여 있는 조직이다. 충치가 깊어 이 부위가 드러나면 흔히 치수를 모두 제거하는 근관치료, 이른바 신경치료를 떠올린다. 생활치수치료는 이와 달리 손상되지 않은 치수를 최대한 살려 두는 치료다. 곽 원장은 이 치료가 신경치료를 피하기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치수 조직을 가능한 범위에서 남겨 자연치아를 더 오래 쓰도록 하는 것이 진짜 목표라는 설명이다.
곽 원장이 여러 증례를 통해 짚은 내용을 바탕으로, 치료 결과를 흔드는 실수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충치 조직을 덜 긁어낸 채 덮는 것이다. 치수가 드러난 뒤 감염된 우식 조직이 남아 있으면 그 아래에서 염증이 이어질 수 있다. 철저한 제거가 출발점이다.
둘째, 염증이 생긴 치수를 정확히 가려내지 못하는 것이다. 살릴 수 있는 조직과 이미 손상된 조직을 구분하는 판단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이 판단이 어긋나면 남겨 둔 치수가 회복되지 못할 수 있다.
셋째, 출혈을 충분히 잡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노출된 치수에서 나는 피를 적절히 멈추게 해야 재료가 제대로 자리 잡는다.
넷째, 치유를 돕는 재료를 적절히 쓰지 않는 것이다. 곽 원장은 바이오세라믹 재료의 적용을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았다. 바이오세라믹은 생체 조직과 잘 어울리도록 만든 치과용 재료로, 치수 위를 덮어 회복을 돕는 데 쓰인다.
다섯째, 치아 윗부분을 허술하게 막는 것이다. 이를 치관부 봉쇄(Coronal Sealing)라고 부른다. 치료 부위 위쪽이 단단히 밀폐되지 않으면 침과 세균이 다시 스며들 길이 열린다.
곽 원장은 오랜 기간 추적 관찰한 사례도 소개했다. 시술 과정의 작은 차이가 상아질교 형성과 치수가 아무는 양상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상아질교는 노출됐던 치수 위에 새로 만들어지는 단단한 조직층이다. 일종의 천연 방어벽 역할을 한다. 이 벽이 얼마나 잘 생기느냐가 치료 성패를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가 끝났다고 발길을 끊기보다 정기 검진으로 경과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 전에 남은 치수 상태와 치료 방법에 대해 의료진의 설명을 충분히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염증 정도를 판단할 때 임상의의 경험에 기대는 부분이 적지 않다. 곽 원장은 염증성 치수 상태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개발되면 진단 정확도와 치료 예후 예측이 한층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마커는 몸 상태를 수치로 보여주는 생체 지표를 말한다.
치주과학회는 앞으로도 학술집담회 등을 통해 회원들의 임상 궁금증을 풀고, 진료 현장에 도움이 되는 교류의 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