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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치르고 조문객이 모두 돌아간 뒤에 진짜 고비가 옵니다. 그때부터 혼자 남은 몸이 먼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수십 년 둘이 마주하던 밥상 앞에 혼자 앉으면 숟가락 들기도 귀찮아집니다. 해가 높이 떠도 이불 밖으로 나올 이유가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에서는 “시간이 약”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1년 뒤의 모습은 크게 달라집니다. 사별한 가족을 오래 만나 온 상담 현장에서는 첫해를 무너지지 않고 건너온 분들의 생활 습관이 자주 이야기됩니다. 그중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3위. 일어나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예전처럼 지키기
자녀가 전화로 “아버지, 진지는 드셨어요?” 하고 물으면 “응, 먹었다” 하고 짧게 끊는 분이 많습니다. 실은 오후 늦게 라면 한 그릇으로 때웠어도 그렇게 답합니다. 걱정 끼치기 싫다는 마음 뒤에는 다른 사정이 숨어 있습니다. 혼자 차리는 밥상이 서글퍼서 아예 차리지 않게 된 것입니다.
끼니가 흐트러지면 잠이 흐트러지고, 결국 하루 전체가 풀어집니다. 입맛이 없더라도 일어나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만큼은 함께 살던 때처럼 정해 두십시오. 밥 한 공기에 국 하나라도 제때 먹으면 몸이 버틸 힘을 얻습니다.
2위. 하루 한 번은 집 밖에 나가 사람 얼굴 보기
오랜만에 마주친 이웃이 “요즘 통 안 보이시네요” 하고 인사를 건네는 경우가 있습니다. 듣는 쪽은 반가우면서도 어딘가 들킨 것 같아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그렇게 며칠 집에만 있다 보면 현관문을 여는 일 자체가 버거워집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각은 안으로만 파고듭니다. 거창한 약속은 필요 없습니다. 시장에 들러 상인과 몇 마디 나누거나 복지관이나 경로당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면 충분합니다. 하루 한 번 누군가와 말을 섞으면 꽉 막힌 마음에 숨 쉴 틈이 생깁니다.
1위. 고인의 물건은 서두르지 말고 정리할 때를 정해 두기
장례가 끝나자마자 딸이 “엄마, 아빠 옷은 우리가 다 치워 드릴게” 하고 나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머니를 생각해서 한 말입니다. 하지만 듣는 쪽은 남편의 흔적이 한꺼번에 지워지는 것 같아 고마움보다 서운함이 먼저 올라옵니다. 반대로 몇 해가 지나도록 고인의 방 문조차 열지 못하는 분도 있습니다.
너무 서둘러도, 끝없이 미뤄도 마음은 정리되지 않습니다. 첫 기일이나 계절이 바뀌는 때처럼 시기를 미리 정해 두고, 그때 가족과 함께 조금씩 정리하는 편이 무난합니다. 시계나 편지처럼 간직할 물건 몇 가지는 따로 남겨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날짜가 정해져 있으면 기다리는 동안에도 마음이 덜 흔들립니다.
슬픔을 빨리 털어 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동안 생활까지 함께 무너지지 않도록 기둥 몇 개를 세워 두자는 뜻입니다. 오늘 밤 알람을 맞춰 두고, 내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밥 한 끼를 차려 보십시오. 그런 작은 반복이 쌓여 혼자 맞는 첫해를 건너게 해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