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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봉투부터 꺼내셨나요? 그날 넣은 금액이 앞으로 십수 년 동안 따라다니는 기준이 됩니다. 입학과 졸업은 대학까지 몇 번이고 돌아오고, 손주가 여럿이면 그 횟수는 금세 늘어납니다.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넣다 보면 첫째와 막내 사이에, 아들네와 딸네 사이에 말 못 할 비교가 생깁니다. 봉투를 건네기 전에 정해 두면 좋을 기준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3위. 현금인지 물건인지 손주 부모와 먼저 상의하기
책가방을 사 들고 갔더니 며느리가 “어머님, 저희도 지난주에 하나 샀어요”라며 웃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는 하지만 속으로는 두 개가 된 가방을 어디에 둘지, 바꿔 와도 서운해하지 않으실지부터 헤아리게 됩니다.
학교마다 준비물이 다르고 요즘은 부모가 미리 장만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건으로 주고 싶다면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묻고, 따로 바라는 것이 없다고 하면 현금으로 건네는 편이 무난합니다. 현금은 손주 이름의 통장에 넣어 줄지, 부모에게 맡길지까지 한 번에 물어 두시면 나중에 말이 엇갈리지 않습니다.
2위. 누구에게 언제 얼마를 줬는지 적어 두기
아들네 손주 졸업식 날, 딸이 “오빠네 애 때는 더 주셨다면서요”라고 농담처럼 말합니다. 딸은 웃고 있지만 정말 차이가 있었는지 마음 한편이 궁금하고, 듣는 쪽은 그때 얼마를 넣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말문이 막힙니다.
입학과 졸업은 몇 년 간격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기억만으로는 맞추기 어렵습니다. 수첩이나 휴대전화 메모에 손주 이름과 날짜, 금액을 한 줄씩 남겨 두시면 됩니다. 정한 기준을 자녀들에게도 한 번쯤 알려 두면 집집마다 금액이 다르다는 오해가 생길 틈이 줄어듭니다.
1위. 학교 단계마다 금액을 정해 모든 손주에게 똑같이 적용하기
첫 손주 입학 때 반가운 마음에 넉넉히 넣으셨다면, 몇 년 뒤 둘째 손주에게서 “할머니, 형은 이만큼 받았대요”라는 말을 듣게 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그저 궁금해서 묻는 것이지만, 옆에 선 부모는 얼굴이 화끈해지고 할머니는 지갑 사정을 다시 셈하게 됩니다.
기준이 없으면 처음 넣은 금액이 그대로 하한선이 됩니다. 초등학교 입학은 보통 10만 원 안팎, 중고등학교는 그보다 조금 더, 대학 입학은 가장 크게 잡는 경우가 많고 졸업은 입학보다 가볍게 하는 집도 있습니다. 형편에 맞는 단계별 금액을 미리 정해 두고 손주가 몇 명이든 같은 표를 따르시면 빠듯한 해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입학과 졸업은 손주에게는 한 번뿐인 날이지만 주는 쪽에게는 여러 번 반복되는 일입니다. 단계별 금액과 부모와의 상의, 그리고 기록 세 가지만 정해 두셔도 봉투를 건네는 손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손주가 오래 간직하는 것은 봉투 속 숫자보다 식장 뒤편에서 손 흔들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