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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을 써서 서랍에 넣어 두셨다면 이제 안심해도 될까요? 정성껏 남긴 글이 법적으로는 아무 힘이 없는 종이 한 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장례를 마친 가족이 봉투를 열었는데, 형식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인의 뜻이 그대로 묻히는 일이 생깁니다.
혼자 직접 쓰는 자필 유언은 비용이 들지 않아 많이들 택하지만, 그만큼 갖춰야 할 형식이 까다롭습니다. 상속 상담 현장에서 변호사들이 자주 짚는 실수를 중심으로, 미리 유언을 준비하는 분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순위로 정리했습니다.
3위. 주소나 도장을 빠뜨린 것
이름까지 또박또박 적고 나서 “다들 우리 집 어딘지 아는데 주소까지 쓸 게 뭐 있나” 하며 펜을 내려놓는 분들이 있습니다. 나중에 유언장을 받아 든 자녀는 내용보다 빈칸을 먼저 보게 되고,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다른 형제의 눈치부터 살피게 됩니다.
자필 유언은 주소와 날인까지 갖춰야 효력을 인정받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주소는 동네 이름만 적기보다 다른 곳과 구별되도록 번지나 동·호수까지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서명만으로는 날인을 대신하기 어렵다고 보는 경우가 많으니 이름 옆에 도장이나 손도장을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2위. 날짜를 대충 적은 것
좋은 날을 골라 쓴다는 생각에 “봄에 쓴 걸로 해 두면 되지” 하며 ‘○○년 3월 길일’처럼 적는 경우가 있습니다. 쓰는 사람은 날짜쯤이야 사소하다고 여기지만, 상속을 두고 의견이 갈린 가족에게는 이 한 줄이 유언장을 다투는 빌미가 됩니다.
작성 날짜는 연·월·일이 모두 드러나야 합니다. 유언장이 여러 장 남았을 때 어느 것이 마지막 뜻인지 가리는 기준이 되고, 작성 당시 판단 능력이 온전했는지 따질 때도 날짜가 쓰이기 때문입니다. 일을 빠뜨리면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으니 숫자로 정확히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1위. 컴퓨터로 쓰고 서명만 한 것
손이 떨려 글씨가 엉망이라며 “깔끔하게 뽑아 주면 이름만 쓸게” 하고 자녀에게 부탁하는 부모님이 적지 않습니다. 부탁받은 자녀는 효도하는 마음으로 문서를 만들어 드리지만, 다른 형제들 눈에는 그 자녀가 내용에 손을 댄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자필 유언은 말 그대로 본문 전체를 본인이 손으로 써야 합니다. 컴퓨터로 작성해 출력한 문서에 서명만 더한 것은 자필 유언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다른 사람이 대신 써 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쓰기 힘들다면 공증인 앞에서 증인과 함께 남기는 공정증서 유언처럼 다른 방식을 알아보는 편이 낫습니다. 비용은 들지만 형식 때문에 다툼이 생길 여지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유언장은 마음을 전하는 글이기 전에 형식을 갖춘 문서여야 합니다. 본문을 직접 손으로 썼는지, 연·월·일을 빠짐없이 적었는지, 주소와 이름, 도장까지 갖췄는지 마지막에 한 번 더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남겨진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긴 당부보다 다툼 없이 따를 수 있는 분명한 기록입니다. 애써 남긴 뜻이 헛되지 않도록 쓰기 전에 형식부터 챙겨 두는 것이 가족을 지키는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