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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끝나고 아이 가방을 정리하다 보면 구겨진 봉투가 나옵니다. 할머니가 쥐어주신 용돈입니다. 고맙다는 말은 현장에서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따로 연락을 드리지 못해 마음 한구석이 무겁습니다.
받는 쪽도 이럴 땐 어렵습니다. 너무 가볍게 넘기면 무심해 보일 것 같고, 너무 격식을 차리면 어색합니다. 오늘은 손주 용돈을 받은 아이 부모가 부담 없이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3위. 금액이 부담스러울 땐 돌려서 말씀드리십시오
용돈 봉투를 열어 보니 생각보다 큰 금액일 때가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머님, 이렇게 많이 주시면 저희가 부담돼요”라고 하면 상대는 마음을 거절당한 기분이 됩니다. 어른은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려고 넉넉히 넣으셨을 뿐인데, 그 마음이 불편함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이럴 땐 금액이 아니라 아이 이야기로 돌려 말하는 편이 무난합니다. “어머님, 이번엔 너무 많이 주셔서 아이가 어쩔 줄 몰라 했어요. 다음엔 마음만 받아도 충분하니 편하게 하세요”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음에도 그대로 받겠다는 뜻이 아니라, 오가는 정이 오래가도록 속도를 조절하자는 신호로 전해집니다.
2위. 받은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가볍게 알려드리십시오
용돈을 드린 뒤 조부모가 가장 궁금해하시는 것은 그 돈이 어떻게 됐는지입니다. 하지만 먼저 물어보기는 민망해서 그냥 넘어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며느리나 사위 쪽에서는 “돈은 잘 받았다고 했으니 됐겠지” 하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어머님이 주신 돈으로 아이가 갖고 싶어 하던 책 샀어요. 매일 끼고 있답니다.” 이런 짧은 소식 하나면 됩니다. 사진 한 장을 곁들이면 더 좋습니다. 어른은 돈이 쓰인 자리를 확인하는 순간 줬다는 보람을 얻습니다. 거창한 보고가 아니라 근황을 나누는 정도로 가볍게 전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1위. 인사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 입으로 하게 하십시오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은 아이가 직접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쓰는 것입니다. 부모가 대신 “아이가 고맙대요”라고 전하면 마음이 한 단계 건너오는 느낌이 듭니다. 반면 아이 목소리로 “할머니, 용돈 고맙습니다” 한마디가 들리면 어른에게는 그 어떤 인사보다 오래 남습니다.
아이가 어려서 말이 서툴다면 그림 한 장이나 삐뚤빼뚤한 글씨 몇 줄로도 충분합니다. 부모가 옆에서 “할머니께 뭐라고 말씀드릴까?” 하고 물어 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인사가 의무가 아니라 아이와 조부모 사이의 대화로 자리 잡고, 부모 입장에서도 매번 인사 문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용돈을 받은 뒤의 인사는 금액보다 시점과 방식이 더 많은 것을 전합니다. 너무 오래 미루지 마시고, 며칠 안에 짧게라도 마음을 전하십시오.
금액이 부담스러우면 아이 이야기로 돌려 말하고, 쓰임을 가볍게 알리고, 인사는 아이 입으로 하게 하는 것.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어른들은 주신 마음이 제대로 닿았다고 느끼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