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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한가운데가 일그러져 보이는데도 습관처럼 담배를 물고 있다면 지금 당장 멈춰야 합니다. 약을 챙겨 먹고 주사 치료를 받아도, 생활 속 습관을 그대로 두면 눈은 생각보다 빨리 무너질 수 있습니다.
황반변성은 이제 약물 치료만으로 관리하는 질환이 아니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한국망막변성협회(회장 유형곤)는 최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제13회 정기 심포지엄을 열고, 고령화와 함께 늘어나는 망막변성 환자의 관리 방향을 논의했다. 의료진 등 5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3개 세션과 특별초청강연으로 꾸며졌으며, 특히 생활습관과 예방을 집중적으로 다룬 두 번째 세션이 큰 관심을 받았다.
황반은 망막 중심부에 자리한 작은 부위로, 글자를 읽거나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등 세밀한 중심시력을 담당한다. 이 부위가 손상되는 황반변성은 질환의 기전 연구와 표적치료제 개발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지만, 협회는 일찍 발견해 진행을 늦추고 애초에 병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일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형곤 회장은 연구와 임상 경험이 환자의 치료 성과와 삶의 질 개선으로 실제 이어지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발표 내용을 토대로 피해야 할 습관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면 맨 앞자리는 흡연이다. 한정우 순천향의대 교수는 흡연을 연령관련 황반변성에서 개인이 바꿀 수 있는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생활습관 개선 전략을 세울 때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항목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나이나 유전적 소인은 바꿀 수 없지만, 담배는 본인의 결심으로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다음으로 경계할 것은 서구화된 식단이다. 김훈동 순천향의대 교수는 식습관과 영양 상태가 황반변성의 발생 및 진행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정제 탄수화물과 가공육, 포화지방, 초가공식품 위주의 식사는 스트레스와 만성 염증, 대사 이상을 거쳐 망막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녹황색 채소와 과일, 생선, 견과류를 고루 먹는 지중해식 식단은 여러 관찰연구에서 황반변성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관찰연구는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하지는 못한다. 김 교수가 특정 음식 하나보다 장기적인 영양 균형과 꾸준한 식습관 개선을 강조한 이유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 생활도 눈 건강에 이롭지 않다. 안소민 고대의대 교수는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심혈관 건강을 지키고 몸 전체의 염증 상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망막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 환자라면 운동이 시력 저하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마음 건강을 방치하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으로 꼽혔다. 김준형 차의과대 교수는 황반변성이 독서와 얼굴 인식, 이동 같은 일상 활동을 크게 제한하며, 이로 인해 우울감과 불안, 사회적 고립이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진료 현장에서 시력 수치뿐 아니라 환자의 정서 상태와 일상생활 기능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세션은 그동안 발병 원리와 치료법에 집중해 온 황반변성 논의를 예방, 생활습관 교정, 정신 건강 영역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미 진단을 받은 환자라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처방받은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생활습관 관리는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병행해야 할 또 하나의 축이라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