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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소개니까 계약서는 대충 써도 된다고? 처음 월세를 놓는 집주인이 크게 손해를 보는 일은 대개 여기서 시작된다. 은퇴 후 작은 집 한 채를 세놓으려 하면 지인이 “마침 조카가 방을 구한다”며 사람을 이어 주는 일이 흔하다. 모르는 사람보다 낫겠다 싶어 웃으며 도장을 찍는다. 그런데 몇 달 뒤 월세가 밀리거나 보일러가 멈추면 얼굴 붉힐 일이 생긴다.
중개업소에서는 처음 임대를 하는 60대 집주인들이 비슷한 대목에서 후회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한다. 첫 세입자를 들일 때 놓치기 쉬운 세 가지를 정리했다.
3위. 고장 나면 누가 고칠지 정하지 않은 것
입주 날 세입자가 “고장 나면 연락드리면 되죠?” 하고 물으면 집주인은 대개 “그럼요, 편하게 해요”라고 답한다. 집주인은 인사치레로 한 말이다. 하지만 세입자는 앞으로 생기는 고장을 모두 맡아 준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인다. 전구 하나, 변기 부속 하나까지 전화가 오기 시작하면 집주인이 먼저 지친다.
보통 보일러 고장이나 배관 누수처럼 설비 자체의 문제는 집주인이, 전구나 수전 패킹 같은 소모품은 세입자가 맡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경계가 계약서에 없으면 일이 터졌을 때 서로 자기 기준을 내세운다. 주요 설비는 집주인이, 소모품과 부주의로 생긴 파손은 세입자가 부담한다고 한 줄이라도 적어 두는 편이 낫다. 입주 전 집 상태를 함께 사진으로 남겨 두면 다툼이 줄어든다.
2위. 월세 욕심에 보증금을 너무 낮게 잡은 것
세입자가 “보증금을 줄이는 대신 월세를 더 드리면 안 될까요?” 하고 물으면 선뜻 받아들이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 매달 들어올 돈이 늘어난다는 생각에서다. 세입자는 목돈 부담을 덜었다며 안도하고, 형편이 어려워지면 보증금에서 빼면 된다는 계산도 속으로 해 둔다.
문제는 월세가 밀릴 때다. 연체가 이어지고 집을 비우기까지 시간이 걸리면 그동안의 월세와 관리비, 원상 복구 비용을 보증금에서 메워야 한다. 보증금이 적으면 금세 바닥난다. 그래서 보증금은 보통 월세 10개월치 안팎은 확보해 두는 편이 무난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월세를 조금 낮추더라도 보증금을 넉넉히 받는 쪽이 매달의 생활비를 지키는 데 더 안전하다.
1위. 지인 소개라 특약 없이 계약서를 대충 쓴 것
소개한 사람이 “내가 보증할게, 믿을 만한 애야”라고 하면 집주인은 까다로운 조건을 꺼내기 어려워진다. 특약을 적자고 하면 상대를 의심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서다. 하지만 세입자는 별다른 조항 없이 끝난 계약서를 보며 이 집은 웬만한 일은 넘어가 주는 곳이라고 받아들이기 쉽다.
반려동물, 흡연, 다른 사람에게 다시 세놓는 일, 퇴거 때 원상 복구 범위는 갈등이 잦은 부분이다. 아는 사이일수록 이런 내용을 글로 남겨 두는 편이 낫다. 말로 한 약속은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그 사이에서 소개한 사람까지 곤란해진다. 계약서를 쓸 때 “누구와 계약하든 똑같이 넣는 내용이에요”라고 한마디 덧붙이면 상대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는다.
첫 세입자를 들이는 일은 집주인에게도 처음이다. 아는 사람이라서, 처음이라서 그냥 넘어간 부분이 나중에 가장 큰 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수리 부담을 미리 나누고, 보증금을 밀린 월세에 대비할 만큼 잡고, 특약을 글로 남기기만 해도 갈등은 상당히 줄어든다. 계약서를 꼼꼼히 쓰는 것은 상대를 못 믿어서가 아니다. 오래 좋은 관계로 지내기 위한 준비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