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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으로 이사 오고 한 달 동안 동네 사람과 말 한마디라도 나눠 보셨습니까. 짐 정리를 핑계로 문을 닫고 지내다 보면 그 고립이 금방 굳어 버립니다. 처음에는 조용해서 좋다가도 몇 주째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으면 장 보러 나가는 길마저 어색해집니다.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새 동네에 빨리 자리 잡은 분들의 공통점으로 첫 달에 사소한 일 몇 가지를 미루지 않았다는 점을 꼽곤 합니다. 그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3위. 짐 풀기 전에 단골 의원과 약국부터 정해 둔 것
이삿짐 상자를 다 풀기도 전에 동네 내과에 들러 “이번에 이사 왔는데 혈압약을 계속 먹어야 해서요” 하며 먹던 약 봉투를 내미는 분들이 있습니다. 의사는 이 사람을 한 번 보고 말 환자가 아니라 꾸준히 볼 환자로 기억합니다. 약국에서도 얼굴을 익혀 두었다가 다음에 먼저 알아봐 줍니다.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으려고 하면 어디가 괜찮은지 물어볼 사람도 없고 기운도 없습니다. 약이 떨어진 날 처음 가는 병원에서 병력을 처음부터 설명하는 일도 고됩니다. 몸이 괜찮을 때 걸어서 갈 수 있는 의원과 약국을 한 곳씩 정해 두십시오. 다니던 병원의 처방 내역을 챙겨 가면 진료가 한결 수월합니다.
2위. 주민센터·복지관 프로그램에 바로 등록한 것
전입신고를 하러 주민센터에 간 김에 “여기 어르신들 다니는 교실 같은 게 있습니까” 하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묻는 쪽은 쑥스럽지만 창구 직원은 동네에 관심을 두는 새 주민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강좌 안내문이나 가까운 복지관 위치를 챙겨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사 직후에는 좀 익숙해지면 나가 보자며 미루기 쉽습니다. 하지만 한두 달 집에만 있으면 집을 나서는 일 자체가 부담이 됩니다. 복지관의 인기 강좌는 금방 차서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갈 곳이 생기면 생활에 리듬이 붙고, 동네 사정을 물어볼 사람도 생깁니다.
1위. 관리사무소·경비실과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것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아래층 이웃에게 “위층에 이사 왔습니다, 짐 들이느라 시끄러우셨죠” 한마디만 건네도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상대는 인사성 있는 분이 왔다며 마음을 놓고, 다음에 마주치면 먼저 고개를 숙입니다. 경비실과 관리사무소도 얼굴을 아는 입주민의 일이라면 한 번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요즘은 이웃끼리 모르고 지내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라 먼저 말을 걸기가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지내는 집에서 며칠째 기척이 없을 때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가까이 사는 이웃입니다. 떡을 돌리는 일은 단지 분위기마다 달라서 꼭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관리사무소에 비상 연락처를 남겨 두는 정도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새 동네에 정을 붙이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다만 첫 달을 집 안에서 혼자 보내느냐, 동네 얼굴을 하나씩 익히며 보내느냐에 따라 석 달 뒤의 생활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셨다면 오늘 장 보러 나가는 길에 약국 한 곳과 주민센터 위치부터 눈여겨봐 두십시오. 낯선 동네가 내 동네가 되는 일은 그런 작은 발걸음에서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