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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으로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신 건 아닙니까? 그 어긋남을 그대로 두면 부모님과 함께할 남은 시간이 서운함으로만 채워집니다. 은행 창구에서 같은 질문을 세 번째 하시는 아버지 옆에서 한숨이 먼저 나옵니다. 어머니가 새로 들이신 안마의자 이야기를 동생에게 전해 듣고 괜히 언짢아지는 날도 있지요. 우리 부모님만큼은 그대로일 거라던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들입니다.
부모님이 변한 것 자체보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녀의 마음에서 갈등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쉰을 넘긴 자녀가 나이 든 부모님에게 이제는 내려놓는 편이 나은 기대를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3위. 예전 같은 판단력과 속도를 바라는 것
휴대폰 화면을 몇 번이고 다시 누르시는 어머니에게 “엄마, 아까 알려 드렸잖아요”라고 말하는 순간, 어머니는 다시 묻는 대신 입을 닫으십니다. 자식에게 짐이 됐다는 생각이 들면 다음부터는 모르는 게 있어도 혼자 끙끙 앓으시지요.
판단이 느려지는 것은 나이 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이지, 성의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다그칠수록 부모님은 혼자 해결하려다 더 큰 실수를 하기 쉽습니다. 중요한 일은 종이에 적어 드리고, 한 번에 하나씩 같이 해 보는 편이 결국 시간을 아낍니다.
2위. 소비와 재혼까지 자식과 상의해 주시길 바라는 것
혼자 되신 아버지가 만나는 분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 “왜 저희한테는 한마디도 없으셨어요?”라고 묻는 자녀가 많습니다. 자녀는 서운해서 한 말이지만, 아버지에게는 허락부터 받았어야 했다는 추궁으로 들립니다. 그 뒤로는 오히려 더 숨기게 되지요.
부모님의 돈과 남은 인생은 결국 부모님의 것입니다. 상속이나 생활비처럼 자녀와 얽힌 일은 가족이 함께 의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사고 누구를 만날지까지 자식의 결재를 받으실 일은 아닙니다. 걱정이 된다면 따지기보다 “요즘 얼굴이 밝아 보이세요”처럼 부모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 틈을 만들어 드리는 편이 무난합니다.
1위. 어린 시절 서운했던 일을 이제라도 사과받으려는 것
명절 상을 물린 뒤 “그때 왜 나만 그렇게 혼내셨어요?”라고 꺼내는 자녀가 있습니다. 자녀는 수십 년 묵은 응어리를 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여든을 바라보는 부모님에게는 기억도 흐릿한 일로 심판받는 자리처럼 느껴집니다. “그때는 다들 그렇게 살았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상처는 오히려 덧나지요.
사과는 받아 내려 한다고 받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절 부모님에게도 감당하기 버거운 사정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부모님에게는 그 일을 되짚어 볼 기운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고요. 풀리지 않은 마음은 부모님 앞이 아니라 배우자나 오랜 친구, 상담하는 자리에서 먼저 꺼내 보는 편이 낫습니다. 내 안에서 먼저 정리가 되면, 말로 하지 못한 부모님의 미안함도 비로소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 주말 부모님 댁에 가신다면, 고쳐 드릴 것과 확인할 것을 잠시 내려놓아 보시지요. 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하셔도 처음 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여 드리면 됩니다. 부모님이 그대로이길 바라는 마음을 놓을 때, 지금 곁에 계신 부모님의 모습이 그제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