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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까지 내고 돌아섰는데 혼주와 눈인사 한 번 못 나누고 왔다면 어떨까요? 하객은 그날의 서운함을 생각보다 오래 기억합니다. 정작 혼주는 식이 끝나고 몇 주가 지나서야 “그분께 인사를 못 드렸네” 하고 뒤늦게 떠올립니다.
자식 혼사를 치르는 날은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하지만 하객에게는 혼주와 나눈 몇 초가 그날의 전부일 때가 많습니다. 혼사를 먼저 치른 분들이 두고두고 아쉬워한 장면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3위. 반가운 하객 한 사람과 오래 붙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옛 직장 동료가 오면 반가운 마음에 손을 잡고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그사이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하객은 “바쁘신 것 같으니 저는 들어가 있을게요” 하고 식장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웃으며 한 말이지만 속으로는 ‘나는 저 사람만큼 반갑지는 않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스칠 수 있습니다.
혼주 자리는 한 사람을 깊이 반기는 자리라기보다 여러 사람을 고루 맞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반가운 분일수록 손을 한 번 꼭 잡고 식이 끝난 뒤에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짧게 마무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불러 드리는 것만으로도 하객은 대접받았다고 느낍니다.
2위. 축의금 장부를 맡겨 놓고 들여다보지 않았다
접수대는 조카나 가까운 지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한 친구에게서 “나 그날 갔었는데, 몰랐어?” 하는 말을 듣고서야 장부에 이름이 빠진 걸 알게 됩니다. 친구는 웃어넘기지만 속으로는 ‘내 봉투는 어디로 간 건가’ 싶은 섭섭함이 남습니다.
접수대가 붐비면 이름 없는 봉투가 섞이거나 장부와 봉투가 어긋나기 쉽습니다. 맡아 준 사람을 탓하기보다 그날 밤이나 다음 날 장부와 봉투를 직접 맞춰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하객 명단과 한 번 대조해 두면 감사 인사를 빠뜨리는 일이 줄고, 훗날 그 집안 경조사를 챙길 때도 기준이 됩니다.
1위. 감사 인사를 한참 뒤에야 했다
식을 마치고 나면 몸살이 나고 신혼여행 간 자녀 소식까지 챙기느라 인사가 자꾸 밀립니다. 한 달쯤 지나 연락했더니 “아이고, 저는 벌써 잊어버렸는데요” 하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말은 가볍지만 그 안에는 ‘이제야 생각이 났나’ 하는 서운함이 묻어 있습니다.
감사 인사는 늦어질수록 형식처럼 들립니다. 보통 식을 마치고 일주일 안쪽으로 전하는 경우가 많고, 문자 한 통이라도 일찍 보내는 편이 무난합니다. 가까운 분께는 전화로, 멀리서 와 준 분께는 이름을 넣어 따로 인사하면 마음이 제대로 전해집니다.
혼사는 두 집안의 잔치이면서 그동안 쌓아 온 관계가 한자리에 모이는 날입니다. 인사를 고루 나누고, 장부를 직접 확인하고, 고마움을 제때 전하는 것만으로도 하객은 그날을 좋은 기억으로 가져갑니다. 잔치는 하루로 끝나도 그날 남긴 인상은 다음 만남까지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