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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집들이에 다녀온 뒤로 연락이 뚝 끊겼다면, 그날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올려 보셨습니까? 어른은 반가워서 한 말이 조카 부부에게는 오래 남는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휴지와 세제를 사 들고 가서 웃으며 밥을 먹고 나왔는데, 그 뒤로 조카의 답장이 점점 짧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집들이는 갓 살림을 꾸린 부부가 처음으로 자기 집 문을 열어 보이는 자리입니다. 어른은 대견한 마음에 이것저것 묻고 거들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조카 부부에게는 전혀 다르게 닿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친척 어른이 조카 집들이에서 흔히 하는 실수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3위. 가구 배치와 살림에 훈수 두기
거실을 둘러보다가 “소파는 창 쪽으로 붙여야 집이 넓어 보이지”라며 자리를 옮겨 보라는 어른이 있습니다. 말하는 쪽은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조카 부부는 몇 주를 고민해서 고른 배치를 한순간에 평가받는 기분이 듭니다. 어른 앞이라 대꾸도 못 하고 웃기만 하게 됩니다.
신혼집은 두 사람이 서로 맞춰 가며 만드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바깥 어른의 한마디가 부부 사이에 괜한 신경전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냉장고나 안방처럼 사적인 곳은 집주인이 먼저 보여 주기 전에는 열어 보지 않는 편이 무난합니다. 그날은 아늑하게 잘 꾸몄다는 칭찬으로 그치고, 조카가 먼저 물어 올 때 경험을 나눠 주면 됩니다.
2위. 연락 없이 일행 늘려서 데려가기
현관에 들어서며 “오는 길에 작은엄마도 같이 가자고 해서 모시고 왔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카는 반갑게 맞이하지만 속으로는 의자와 그릇이 몇 개인지, 음식이 모자라지 않을지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친척이라 반가우면서도 당황스럽습니다.
신혼집은 대개 살림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초대한 손님 수에 맞춰 수저와 음식을 겨우 준비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자기 사람이 늘면 준비한 쪽이 민망해지고, 남은 시간 내내 부엌을 오가게 됩니다.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며칠 전에 조카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조카가 머뭇거리면 다음 기회로 미루는 편이 서로 편합니다.
1위. 집값·평수·대출 물어보기
집 구경을 마치기도 전에 “그래서 몇 평이냐, 대출은 얼마나 받았냐”고 묻는 어른이 적지 않습니다. 걱정돼서 묻는 말이라도 조카 귀에는 자기 형편을 저울질하는 말로 들립니다. 대답을 피하자니 무안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니 그 숫자가 친척들 사이에 돌까 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집값과 대출에는 부부 두 사람의 계획과 사정이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친척일수록 오히려 말하기 어려워합니다. 여기에 다른 조카네와 비교하는 말이 붙으면 서운함은 더 오래갑니다. 집들이 자리에서는 볕이 잘 든다거나 동네가 조용하다는 식으로 집 자체를 칭찬하는 말이면 충분합니다.
조카 집들이에 갈 때 챙겨야 할 것은 선물보다 말입니다. 집의 숫자는 묻지 않고, 동행은 미리 알리고, 살림은 칭찬으로 대신하면 됩니다. 이것만 지켜도 조카 부부는 다시 모시고 싶은 어른으로 기억합니다. 그날 한마디를 아낀 덕분에 다음 명절에 조카가 먼저 안부를 물어 올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