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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 상자가 사흘째 놓여 있다면 그 집이 비었다는 사실은 이미 동네가 다 안다. 문만 꼭 잠그고 떠났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여행이나 입원으로 집을 오래 비우는 일은 나이가 들수록 잦아진다. 이때 가장 가까이서 집을 살펴 줄 수 있는 사람은 옆집이다. 무엇을 어떻게 부탁해야 서로 부담이 없는지 정리한다.
첫째, 현관 앞 택배와 전단지를 치워 달라고 한다
문 앞에 쌓인 물건만큼 빈집을 드러내는 신호도 드물다. 떠나기 전에 배송 일정을 미리 정리하고, 그래도 도착하는 물건은 문 옆으로 들여놓아 달라고 부탁해 둔다.
문고리에 걸린 전단지도 며칠에 한 번만 걷어 주면 집은 사람이 사는 것처럼 보인다. 부탁의 범위를 치워 주는 데까지로 분명히 해 두면 상대의 부담도 적다.
둘째, 비상 연락처를 종이에 적어 건넨다
말로 불러 준 번호는 급할 때 떠오르지 않는다. 내 번호와 함께 가까이 사는 가족 한 사람의 번호를 적어 건네는 것이 좋다.
입원이라면 전화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알린다. 연락이 닿지 않을 때 누구에게 걸면 되는지 순서를 정해 두면 이웃은 망설이지 않는다.
셋째, 누수나 가스 냄새가 나면 알려 달라고 한다
빈집의 이상은 주인보다 이웃이 먼저 알아챈다. 아래층 천장에 물자국이 번지거나 복도에 가스 냄새가 돌면 바로 연락해 달라고 해 둔다.
다만 이웃이 직접 손대게 해서는 안 된다. 관리사무소나 가스 공급업체에 먼저 알리고 그다음 내게 연락하는 순서를 정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떠나기 전에 가스 밸브와 수도 밸브를 잠가 두면 걱정할 일 자체가 줄어든다.
넷째, 돌아와서는 고마움을 분명히 전한다
짐을 풀기 전에 도착 인사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덕분에 마음 편히 다녀왔다는 말 한마디가 어떤 선물보다 오래 남는다.
답례는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면 된다. 과일 한 봉지면 충분하다. 다음에 그 집이 비면 내가 먼저 살피겠다고 말해 두면 부탁은 빚이 아니라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
집을 비우는 일은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다. 자물쇠만큼이나 옆집과 나눈 몇 마디가 빈집을 지켜 준다. 떠나기 전날 옆집 초인종을 누르고 연락처 한 장과 부탁 세 가지를 건네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