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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정성껏 쌌는데 점심에 탈이 났다면 범인은 재료가 아닐 수 있다. 새벽부터 부친 전과 볶음밥을 들고 나섰다가 집에 돌아와 식구들이 줄줄이 배를 움켜쥐는 일이 생각보다 흔하다.
도시락이 상하는 건 음식을 다 만든 뒤 몇 시간 사이에 벌어지는 일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끼고 챙긴다고 한 행동이 오히려 세균이 자라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 나들이 날 무심코 하는 보관 실수를 순서대로 짚어 봤다.
3위. 먹고 남은 음식을 다시 싸 와 저녁에 먹는 경우
돗자리를 걷으면서 남은 김밥과 전을 주섬주섬 챙기며 “아까운데 저녁에 데워 먹지” 하는 분이 계신다. 함께 간 자녀는 알뜰한 마음인 줄 알면서도 하루 종일 바깥에 있던 음식이라 속으로는 젓가락이 선뜻 가지 않는다.
나들이 음식은 이미 몇 시간 동안 바깥 공기와 여러 사람의 손, 젓가락을 거친 상태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그사이 세균이 불어났을 수 있고, 어떤 세균이 만든 독소는 다시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다. 상온에 오래 둔 음식은 아깝더라도 그 자리에서 정리하고, 처음부터 먹을 만큼만 싸는 편이 낫다.
2위. 차 안이나 트렁크, 햇볕 드는 곳에 두는 경우
산책길을 돌기 전에 “들고 다니면 짐이니 차에 두고 가자” 하며 도시락 가방을 트렁크에 넣는 경우가 많다. 일행은 짐이 줄어 편하다고 여기지만, 점심때 뚜껑을 열고 미지근하다 못해 따뜻해진 반찬을 보면 말없이 손을 멈추게 된다.
햇볕 아래 세워 둔 차는 문을 닫는 순간부터 실내가 빠르게 달아오르고, 트렁크도 생각만큼 시원하지 않다. 돗자리 옆 양지바른 자리도 마찬가지다. 도시락은 보냉 가방에 보냉팩이나 얼린 물병을 함께 넣어 그늘에 두고, 차에 둬야 한다면 햇빛이 직접 닿지 않는 곳에 두는 편이 안전하다.
1위. 뜨거운 음식을 식히지 않고 바로 뚜껑을 닫는 경우
출발 시간에 쫓기다 보면 막 볶은 반찬을 통에 담고 “식으면 맛없으니 얼른 닫자” 하며 뚜껑부터 덮게 된다. 받는 식구는 따끈할 때 담아 준 정성으로 여기지만, 점심때 열어 보면 뚜껑 안쪽에 물방울이 맺히고 반찬은 눅눅하게 풀어져 있다.
열기가 빠지지 않은 채 닫힌 통 안에서는 김이 물이 되어 고이고, 따뜻하고 축축한 상태가 오래 이어진다. 세균이 가장 반기는 조건이다. 반찬은 넓은 접시에 펼쳐 한 김 날린 뒤 담고, 통을 만져도 뜨겁지 않을 때 뚜껑을 닫는 편이 좋다. 다만 식힌다고 상온에 오래 두면 그것도 문제이니 김이 빠지면 바로 담아 보냉 가방에 넣는다.
도시락의 맛은 아침 부엌에서 정해지지만 안전은 그다음 몇 시간에 달려 있다. 식혀서 닫고, 시원한 그늘에 두고, 남은 음식은 미련 없이 정리하는 것만 지켜도 즐거운 나들이가 배탈로 끝나는 일은 크게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