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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 한 장 때문에 조의가 결례로 바뀐다. 장례식장 접수대에서 생각보다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부고를 받고 서둘러 나서다 보면 봉투에 무엇을 쓰고 얼마를 넣어야 할지 매번 헷갈린다. 여러 번 해본 일인데도 막상 펜을 들면 손이 멈춘다.
상주는 경황이 없어 그 자리에서 봉투를 살필 틈이 없다. 그러나 장례를 마치고 봉투를 정리하다 보면 보낸 사람의 마음이 하나씩 드러난다. 조문 전에 챙겨야 할 것을 순서대로 짚어본다.
4위. 앞면 문구와 뒷면 이름 자리를 헷갈리는 실수
앞면에는 보통 ‘부의’라고 쓴다. ‘근조’는 삼가 조의를 표한다는 뜻이다. ‘추모’는 고인을 기린다는 뜻이 강하다. 상가의 종교나 분위기에 맞춰 고르면 된다.
이름은 뒷면 왼쪽 아래에 세로로 적는다. 이름 옆에 회사나 모임 이름을 작게 덧붙이면 상주가 나중에 누구인지 알아보기 쉽다.
3위. 액수를 짝수로 맞추는 실수
부의금은 3만 원, 5만 원, 7만 원처럼 홀수로 맞추는 것이 오랜 관례다. 10만 원부터는 하나의 단위로 보기 때문에 20만 원이나 30만 원도 흠이 되지 않는다.
직장 동료나 지인이라면 5만 원, 가까운 친구나 친척이라면 10만 원 이상을 흔히 생각한다. 다만 형편을 넘겨 무리할 일은 아니다. 내 사정 안에서 마음을 담으면 충분하다.
2위. 함께 내면서 이름을 뭉뚱그리는 실수
부부라면 두 사람 이름을 나란히 적는다. 형제라면 오른쪽부터 나이 순으로 적는다. 한 사람 이름 뒤에 ‘외 2인’이라고 줄여 버리면 상주는 누가 다녀갔는지 알 길이 없다.
회사나 모임에서 낼 때는 ‘OO회사 OO팀 일동’처럼 단체 이름을 쓴다. 돈을 낸 사람의 명단은 따로 적어 봉투 안에 넣는다. 그래야 상주가 한 사람씩 고마움을 전할 수 있다.
1위. 빳빳한 새 지폐를 그대로 넣는 실수
은행에서 막 찾은 새 돈은 기쁜 자리에는 어울린다. 상가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죽음을 미리 기다리며 돈을 마련해 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새 돈을 꺼리는 진짜 이유다. 새 돈밖에 없다면 한 번 접었다 펴서 넣으면 된다.
그렇다고 찢어지거나 너무 낡은 돈을 넣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폐는 앞뒤와 위아래를 가지런히 맞춰 넣는다. 봉투를 여는 사람은 그 가지런함에서 보낸 이의 마음을 먼저 읽는다.
봉투에 담기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슬픔 속에 있는 사람이 덜 번거롭도록 살핀 손길도 함께 들어간다. 조문을 나서기 전, 봉투의 글씨와 지폐 방향을 한 번 더 살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