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반도체 6.72% 폭락 이튿날, 장중 4% 넘게 밀린 지수가 244포인트를 되찾았다…솔리다임 철회가 만든 반전은 이어질까?

뉴욕발 반도체 투매가 고스란히 전해진 23일 아침, 국내 증시는 개장과 함께 크게 밀렸다. 그러나 장이 끝날 무렵 지수는 전날보다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하루 사이 저점과 종가의 차이는 244포인트를 넘었다. 이 반전을 이끈 것은 SK하이닉스였고, 그 배경에는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검토 철회 소식이 있었다.

◇ 5403 출발, 5305까지 밀린 뒤 5550 마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53포인트(0.30%) 오른 5550.30에 마감했다. 시초가는 2.36% 낮은 5403.17이었다. 장중에는 5305.98까지 떨어졌는데, 전날 종가 5533.77과 비교하면 하락률이 약 4.1%에 이른다. 저점에서 종가까지 지수는 약 4.6% 반등했다. 등락 방향만 놓고 보면 ‘강보합’이지만 장중 변동폭은 급락장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출발이 나빴던 이유는 간밤 미국 시장에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하루에 6.72% 떨어졌다. 엔비디아는 4.4%, 마이크론은 6.3%, 인텔은 8.0%, 샌디스크는 8.5% 각각 하락했다. 메타는 대규모 설비투자로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7.0% 밀렸고, 테슬라는 연간 투자 계획을 낮춘 뒤 3.1% 내렸다.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과 자금 여력을 둘러싼 의심이 반도체 공급망 전체의 매도로 번진 것이다. 메모리 비중이 큰 국내 증시는 이 충격을 개장 직후 그대로 받았다.

◇ 하루 만에 -5.80%에서 +4.42%로

흐름을 바꾼 종목은 SK하이닉스다. 이날 4.42% 오르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지수 방어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전날에는 5.80% 떨어지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던 종목이다.

전날 하락에는 이유가 겹쳐 있었다. 직전 거래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나왔고, 솔리다임 상장 추진을 둘러싼 ‘중복 상장’ 논란도 이어지고 있었다. 중복 상장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지배구조 리스크로 꼽힌다. 상장 검토를 거둬들였다는 소식은 이 할인 요인을 상당 부분 걷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반도체주가 일제히 무너진 날, 국내 대표 메모리주가 오히려 오를 수 있었던 개별 재료가 된 셈이다.

SK하이닉스의 지주회사 성격을 가진 SK스퀘어도 3.20% 올랐다. 삼성전자는 0.47%, 삼성전자우는 0.48% 상승에 그쳤다. 같은 반도체 대형주 안에서도 상승 폭이 크게 갈렸다는 점에서, 이날 반등이 업황 전반에 대한 재평가보다는 개별 이슈에 기댄 측면이 컸음을 보여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71% 뛰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 오른 업종 4개, 내린 업종 10개

업종별 등락은 지수 수치보다 훨씬 고르지 못했다. 상승 업종은 제약(3.48%), 의료·정밀기기(2.45%), 전기·전자(1.27%), 건설(0.08%) 정도였다. 반면 금속(-3.22%), 화학(-3.04%), 기계·장비(-2.57%), 운송장비·부품(-2.22%)은 2~3%대 하락했다. 섬유·의류, 비금속, 유통, 음식료·담배, 종이·목재, 전기·가스도 모두 약세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도 KB금융(-3.29%), 삼성전기(-2.01%), 현대차(-1.99%), LG에너지솔루션(-1.79%)이 하락했다. 정리하면 이날 지수는 SK하이닉스와 바이오 대형주 몇 종목이 끌어올렸다.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가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차별화는 코스닥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코스닥은 12.41포인트(1.62%) 내린 751.69에 마감했다. 748.32로 출발해 한때 732.87까지 밀렸고, 장중 고점도 753.02에 그쳤다. 시가총액 상위권에서는 HLB(0.73%) 정도만 올랐다. 에코프로(-5.83%), 에코프로비엠(-5.50%), 리노공업(-4.05%), 주성엔지니어링(-3.64%)은 큰 폭으로 내렸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등락률 차이는 약 1.9%포인트로 벌어졌다.

◇ 외국인 1조 매도는 그대로…기관이 버팀목

수급을 보면 반등의 한계도 함께 드러난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3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물량을 받아낸 것은 기관(7954억원)과 개인(2336억원)이었다. 기관과 금융투자가 매수로 돌아선 점은 눈에 띄지만, 외국인 매도 규모가 두 주체의 순매수 합계를 웃돌았다. 결국 이날 지수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약해져서가 아니었다. 특정 대형주에 매수가 몰렸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23일의 반전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폭락이라는 대외 악재를 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라는 개별 호재가 상쇄한 결과다. 다만 하락 업종이 상승 업종보다 2배 넘게 많았고, 코스닥은 반등에 실패했으며, 외국인 매도도 1조원을 넘었다. 지수를 떠받친 힘이 몇몇 종목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미국 빅테크의 투자 계획과 국내 반도체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다음 주가 이번 반등이 하루짜리 재료에 그칠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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