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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고 잔금을 보내셨습니까? 그러면 수리비를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계약하던 날 본 집에는 앞 주인의 장롱과 냉장고, 커튼이 그대로 있었다. 그 뒤에 가려진 벽은 짐이 다 빠진 뒤에야 보인다.
그래서 집을 오래 점검해 온 사람들은 잔금 당일 오전이나 하루 전쯤 빈집을 다시 둘러보라고 권한다. 아래는 이들이 잔금 전 빈집에서 그냥 넘기지 말라고 꼽는 세 가지다.
3위. 욕실·주방의 수압과 배수
매수인이 세면대 물을 틀어 보려고 하면 중개사가 “살던 분들이 아무 말 없었으니 괜찮을 거예요”라며 웃는 경우가 있다. 매수인은 괜히 유난을 떠는 것 같아 손을 거둔다. 그래도 속으로는 한 번 틀어 볼 걸 그랬다는 찜찜함이 남는다.
사람이 사는 동안에는 물을 매일 쓰니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 집을 비워 둔 사이 배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오거나 물이 막히기도 한다. 세면대와 싱크대, 샤워기를 함께 틀어 수압이 떨어지는지 보고, 물을 받았다가 빼면서 내려가는 속도를 확인하면 된다. 변기도 두어 번 내려 보고, 싱크대 하부장 안 배관 주변이 젖어 있지 않은지 손으로 만져 보는 편이 좋다.
2위. 관리비와 공과금 정산 내역
매도인이 “관리비는 제가 다 정리하고 나갈게요”라고 하면 매수인은 고마운 마음부터 든다. 정신없는 잔금 날에 챙길 서류가 하나 줄었다는 안도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 정리됐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밀린 관리비 고지서가 새 주인 앞으로 날아오는 경우가 있다. 관리사무소에 잔금일 기준으로 중간 정산을 요청해 영수증을 받아 두는 것이 무난하다. 전기·가스·수도 계량기 숫자도 그날 사진으로 남겨 두면 좋다. 정산 방식은 단지마다 조금씩 다르니 관리사무소에 미리 물어보는 편이 낫다.
1위. 천장 모서리와 베란다 벽의 누수·곰팡이 흔적
베란다 구석의 얼룩을 가리키면 매도인이 “그건 결로라서 겨울에만 잠깐 그래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일이 흔하다. 듣는 쪽은 트집 잡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더 묻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게 된다.
결로인지 누수인지는 겉만 봐서는 구분하기 어렵다. 장롱이 있던 자리 뒤 벽과 천장 모서리, 베란다 창 아래를 살펴보자. 누렇게 번진 자국이나 들뜬 벽지, 페인트를 새로 덧칠한 흔적이 있는지 보면 된다. 윗집에서 내려온 물이라면 이웃과의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의심스러운 곳은 날짜가 보이게 사진을 찍어 두고, 잔금 전에 매도인과 수리를 어떻게 할지 이야기해 두는 것이 좋다.
잔금 날에는 집값의 대부분이 한꺼번에 건너간다. 돈이 넘어간 뒤에는 말을 꺼내기도, 책임을 따지기도 훨씬 어려워진다. 빈집을 둘러보는 데는 삼십 분이면 충분하다. 그 삼십 분을 아끼지 않는 것이 새집에서 마음 편히 사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