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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문을 열자마자 병명부터 묻는 분이 있습니다. 걱정돼서 찾아간 발걸음이 환자 가족에게는 하루 중 가장 버거운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병문안은 마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병실은 환자와 가족이 겨우 하루를 버티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반가운 얼굴이 짐이 되는 순간은 병동에서 흔히 보는 장면입니다. 환자 가족이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 난처해하는 행동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3위. 향이 진한 꽃이나 먹지 못할 음식 들고 가기
양손 가득 꽃바구니와 과일 상자를 들고 들어서서 “입맛 없을 때 이거라도 드시라”고 건네면 가족은 고맙다며 받아 듭니다. 그런데 속으로는 금식 중인 환자 옆에 이걸 어디에 둘지, 꽃은 또 언제 치울지부터 걱정합니다.
향이 강한 꽃은 좁은 병실에서 같은 방 환자에게까지 불편을 줍니다. 감염 우려 때문에 생화 반입을 막는 병원도 적지 않습니다. 수술 전후나 식이 조절 중인 환자에게 음식은 눈앞의 짐일 뿐이고, 남은 것은 결국 가족이 처리해야 합니다. 무엇을 들고 갈지 망설여지면 가족에게 필요한 물건을 미리 묻는 편이 무난합니다. 물티슈나 생수처럼 병실에서 바로 쓰는 생활용품도 좋습니다.
2위. 환자가 지쳐도 자리를 뜨지 않기
반가운 마음에 옛이야기를 꺼내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손님이 “나 신경 쓰지 말고 편히 누워 있어”라고 해도 환자는 눈을 감지 못합니다. 옆에 선 가족은 언제쯤 일어서실지 시계만 흘끔거립니다.
환자는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를 치는 것만으로도 기운을 씁니다. 검사 일정과 같은 방 환자의 휴식까지 생각하면 오래 머물수록 부담이 커집니다. 병문안은 보통 15분에서 20분 정도면 넉넉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의 대답이 짧아지거나 눈꺼풀이 자주 내려앉으면 그때가 일어설 때입니다.
1위. 병명과 예후를 꼬치꼬치 캐묻기
“그래서 몇 기래, 수술하면 낫는대?” 같은 질문을 받으면 가족은 아직 스스로도 다 받아들이지 못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꺼내야 합니다. 대답하는 동안 마음이 한 번 더 내려앉습니다. 이 이야기가 친척들 사이에서 어디까지 퍼질지 걱정도 함께 떠안습니다.
병명과 앞으로의 경과는 환자와 가족이 먼저 꺼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같은 질문을 던지면 가족은 그때마다 상처를 다시 들춰야 합니다. 궁금하더라도 “요즘 잠은 좀 주무시냐”처럼 지금의 형편을 묻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털어놓는 만큼만 들어 주면 됩니다. 아는 사람의 치료 사례를 들며 다른 병원을 권하는 말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병문안에서 위로가 되는 것은 선물의 크기도, 머문 시간의 길이도 아닙니다. 캐묻지 않고, 짧게 머물고, 빈손에 가깝게 다녀가는 쪽이 환자 가족의 마음을 덜 무겁게 합니다.
돌아서기 전에 “필요한 거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한마디만 남기십시오.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