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N 뉴스 · 2026.10.30 13:19

“로봇 전쟁을 읽으려면 병사 숫자부터 지우세요” 방산 전문가가 밝힌 무인 전장의 판을 뒤집을 3가지

아직도 전쟁의 승패를 병사 수로 계산하고 계십니까? 그 계산법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이미 낡은 공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4월 신형 국산 로봇 무기를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지상 로봇과 드론 등 무인 플랫폼만 이용해서” 점령했다고 밝혔다. 사람을 투입하지 않고 영토를 되찾은 첫 사례라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해당 작전의 시점과 장소, 투입 전력 등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측은 올해 2월에도 지상 로봇 1대가 45일 동안 러시아군의 진격을 저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두 주장 모두 독립적인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례들은 무인 체계가 보조 전력에서 주력 전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가 전쟁 수행 방식과 군인의 역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영국 BBC가 지난 5월 보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세 가지로 정리했다.

1. 전투력의 기준이 ‘병력’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개전 이후 무인 항공 체계와 무인 지상 체계를 대규모로 운용해 왔다. 포병과 함께 드론이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전선은 오랫동안 큰 변동 없이 고착 상태를 이어왔다.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교착 지대를 무인 체계가 메우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군 진지에 폭발물을 투하하도록 설계된 로봇을 전장에 배치하고 있다. 양측이 모두 기계를 최전방에 내세우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2. 방산 스타트업이 전장의 핵심 공급자로 부상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상에 등장한 무기 가운데 일부는 영국-우크라이나 합작 군사 스타트업 ‘유포스(UFORCE)’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포스는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인정받으며 이른바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리안논 패들리 유포스 영국 전략파트너십 이사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자사 장비가 전투 임무 약 15만 건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전 내용이나 회사의 구체적인 관여 방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회사 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로봇 전투에 대해서도 논평하지 않았다. 다만 자사의 공중·지상·해상 드론이 현재 실전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

런던에 있는 이 회사 본사에는 별도의 간판이나 로고가 없다. 회사 측은 러시아의 방해 공작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무기를 만드는 기업 자체가 표적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방증이다.

3. 군인의 역할은 ‘싸우는 사람’에서 ‘운용하는 사람’으로 바뀐다

패들리 이사는 무인 무기의 수가 인간 병사를 넘어서면서 로봇끼리 맞붙는 전투가 점차 일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병사는 최전방 사수보다 원격 조종자, 정비 인력, 화력 조정자에 가까운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군사기술 발전을 크게 앞당기고 있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이 기술이 미래 전쟁의 양상과 군인에게 미칠 영향을 두고 논쟁도 커지고 있다.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전장에서 인간의 판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디까지 줄어들지는 여전히 답이 나오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로봇 대 로봇의 전쟁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가정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선은 그 전쟁이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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