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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집에서 쓰러지면 누가 가장 먼저 알아챌까. 멀리 사는 자식보다 매일 마주치던 옆집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문은 더 굳게 닫힌다. 폐 끼치기 싫고 사생활을 들키기도 싫어서 인사도 대답도 짧아진다.
홀로 사는 어르신을 오래 만나 온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급할 때 먼 자식보다 가까운 동네 사람이 먼저 달려온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매일 스치는 관계 가운데 혼자 사는 70대가 일부러라도 가까이 두어야 할 사람 셋을 정리했다.
3위.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경비원
경비실 앞에서 “별일 없으시죠?” 하는 인사를 받고도 고개만 까딱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상대는 괜히 말을 붙였나 싶어서 다음부터 인사를 아낀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얼굴만 알고 사정은 모르는 사이가 된다.
급한 일이 생기면 가장 빨리 올 수 있는 사람이 이들이다. 수도가 새거나 현관문이 안 열릴 때도 그렇고, 몸이 안 좋아 문을 열지 못할 때도 그렇다. 관리사무소에 자녀 연락처를 비상 연락처로 남겨 두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물어보는 편이 무난하다. 지나가는 길에 “혼자 살아서 신세 질 일이 있을지 몰라요” 하고 한마디 해 두면 상대도 그 집을 한 번 더 살피게 된다.
2위. 단골 약국 약사
약을 받으며 “그냥 주시는 대로 먹을게요”라고 설명을 끊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그 말을 들은 약사는 더 묻기가 어려워진다. 귀찮게 하는 것 같아 복용법만 짧게 일러 주고 만다.
혼자 살면 약을 먹었는지, 두 번 먹었는지 확인해 줄 사람이 없다. 여러 병원에서 받은 약이 겹치기도 하고, 따로 챙겨 먹는 영양제와 부딪치는 일도 생긴다. 약국을 한 곳으로 정해 두면 약사가 그동안 받은 약을 함께 살펴봐 줄 수 있다. 먹는 약 목록을 적어 가서 같이 먹어도 되는지 묻는 습관이 든든한 안전장치가 된다.
1위. 옆집 이웃
엘리베이터에서 옆집 사람이 “요즘 통 안 보이시던데요” 하고 말을 건넬 때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라고 받는 경우가 있다. 본인은 걱정 끼치기 싫어서 한 말이지만 듣는 쪽은 선을 긋는다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나중에 며칠째 기척이 없어도 참견이 될까 봐 초인종을 누르지 못한다.
현관 앞에 신문이나 택배가 쌓이는 걸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 옆집 이웃이다. 깊이 친해질 필요는 없다. “혼자 살아서요, 며칠 안 보이면 한 번만 두드려 주세요” 정도로 부탁해 두면 상대도 부담 없이 신경 쓸 수 있다. 가끔 반찬 한 접시를 나누는 사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혼자 산다는 것이 혼자 버틴다는 뜻은 아니다. 매일 스치는 몇 사람과 이어져 있기만 해도 혼자 사는 집은 덜 외롭고 덜 위험해진다.
내일 아침 경비실 앞을 지날 때 먼저 인사를 건네 보면 어떨까. 그런 인사가 쌓이면 언젠가 내 집 문을 두드려 줄 사람이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