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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통이 쌓일수록 자식 집 문턱은 높아진다. 밤새 정성껏 만든 반찬이 왜 고맙지 않을까. 연락도 없이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열면 보자기에 싼 통이 한 아름이다. 자식은 고맙다는 말보다 한숨이 먼저 나온다.
부모는 자식을 먹이려는 마음 하나로 움직인다. 하지만 같은 반찬도 건네는 방식에 따라 정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기도 한다. 결혼한 자식이 속으로만 삼키는 반찬 부담을 순서대로 정리했다.
3위. 보낸 뒤 다 먹었는지 계속 묻는 것
반찬을 보낸 다음 날 전화를 걸어 “김치는 다 먹었니, 간은 안 짰고?” 하고 묻는다. 자식은 “맛있었어요”라고 답하면서도 아직 뚜껑도 열지 못한 통을 떠올린다. 같은 질문이 몇 번 이어지면 반찬은 선물이 아니라 검사받아야 하는 숙제가 된다.
부모에게는 관심의 표현이지만 자식은 평가받는 기분이 든다. 맞벌이라 밖에서 끼니를 때우는 날이 많으면 더 그렇다. “입에 맞으면 말해 줘” 정도로 한 번만 말하고, 그다음은 자식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무난하다.
2위. 두 식구가 다 못 먹을 만큼 보내는 것
“둘이 먹기엔 너무 많아요”라는 말에 “얼려 두면 돼”라며 통을 하나 더 넣는다. 자식은 몇 주 뒤 냉장고 앞에서 버릴 반찬을 고르며 죄책감에 시달린다. 음식을 버리는 일이 부모의 마음까지 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두 식구 살림은 냉장고도 작고 집에서 먹는 끼니도 적다. 반찬은 오래 두면 맛이 변하고, 결국 버리는 양이 늘어난다. 한두 끼에 먹을 만큼 서너 가지 정도로 줄이고, 보내기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보면 받는 쪽이 훨씬 편하다.
1위. 미리 연락 없이 반찬을 들고 찾아가는 것
현관 앞에서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며 웃는다. 자식 부부는 반가운 얼굴로 맞지만 머릿속으로는 어질러진 거실과 오늘 세워 둔 계획을 떠올린다. 특히 사위나 며느리에게 예고 없는 어른의 방문은 쉬는 날 하루를 통째로 긴장하게 만든다.
결혼한 자식의 집은 부부 두 사람이 꾸린 공간이다. 반찬이 아무리 반가워도 문을 여는 순간의 당혹감이 먼저 기억에 남는다. 하루 이틀 전에 연락하고, 문 앞에 두고 갈지 잠깐 들어갈지는 자식이 정하게 하는 편이 낫다. 택배로 보내는 것도 서로 편한 방법이다.
반찬의 고마움은 양이나 정성보다 받는 사람이 편한가에서 생긴다. 다음 반찬을 싸기 전에 전화 한 통으로 “이번 주에 뭐가 필요하니” 하고 물어보자. 그 한마디가 반찬통보다 오래 자식 마음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