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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가 어렵게 말을 꺼내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세월을 함께 건너온 사이라 따지는 것 자체가 야박하게 느껴지고, 얼마 안 되는 돈이니 곧 돌아오리라 믿게 된다.
그러나 돈이 오가고 나면 관계의 무게가 달라진다. 갚기로 한 날이 지나도 먼저 묻기 어렵고, 만날 때마다 말하지 못한 서운함이 쌓인다. 일을 놓은 뒤에는 잃은 돈을 다시 벌 기회도 많지 않다. 돈과 사람을 함께 지키려면 빌려주기 전에 몇 가지 원칙을 정해 두는 편이 낫다.
3위. 돌려받지 못해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는 만큼만 건넨다
빌려줄 금액은 상대의 사정보다 내 형편에 맞춰야 한다. 생활비나 병원비로 쓸 돈, 노후를 위해 묶어 둔 돈에서 꺼내는 순간 그 돈은 걱정거리가 되고 친구는 원망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못 받아도 괜찮은 액수인지 스스로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부탁받은 금액이 그 선을 넘는다면 액수를 줄여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 생활이 무너지지 않아야 상대를 너그럽게 기다릴 여유도 생긴다.
2위. 종이에 적고 계좌로 보낸다
친한 사이일수록 차용증을 꺼내기가 민망하다. 하지만 금액과 갚을 날짜, 두 사람의 서명을 적어 두는 일은 상대를 의심한다는 표시가 아니다. 서로의 기억을 맞춰 두는 약속에 가깝다. 시간이 흐르면 액수도 날짜도 흐려지기 마련이다.
돈은 현금으로 건네기보다 계좌로 보내 기록을 남기는 편이 좋다. 나중에 오해가 생겼을 때 말보다 기록이 두 사람의 사이를 지켜 준다. 깔끔하게 정리된 거래는 갚는 쪽의 마음도 가볍게 한다.
1위. 보증은 빌려주는 것보다 무겁다
빌려준 돈은 액수가 정해져 있지만 보증은 책임이 어디까지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름 하나 적어 주었을 뿐인데 남의 빚이 고스란히 내 몫으로 돌아오는 일이 생긴다. 노년에 이런 짐을 지면 다시 일어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거절할 때는 이유를 길게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보증은 누구에게도 서지 않기로 식구들과 약속했네. 자네라서 못 하는 게 아니야.” 이렇게 원칙을 앞세우면 상대도 자기가 거절당했다고 느끼는 일이 줄어든다.
돈을 빌려주는 일은 결국 관계를 어디까지 맡길지 정하는 일이다. 정이 깊다는 이유로 원칙을 내려놓으면 돈과 사람을 함께 잃기 쉽다.
감당할 만큼만 빌려주고, 기록을 남기고, 보증은 정중히 사양한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오래된 인연은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