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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나 생신에 자녀가 봉투를 내밀면 부모는 반가우면서도 쑥스럽다. 고맙다는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아 엉뚱한 말로 어색함을 덮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금방 잊어도 그 한마디는 자녀에게 오래 남는다.
봉투가 오가는 시간은 짧지만, 자녀는 그때 부모가 보인 반응을 생각보다 꼼꼼히 기억한다. 오늘은 용돈을 받으며 부모가 무심코 꺼냈다가 자녀를 머쓱하게 만드는 말 세 가지를 정리했다.
3위. 받자마자 손주 몫이라며 되돌려주기
봉투를 받아 들자마자 “이건 애들 학원비에 보태라” 하며 도로 쥐여 주는 부모가 있다. 부모는 자식 살림을 아껴 주려는 마음이지만, 자녀는 자기 성의가 문 앞에서 돌려보내졌다고 느낀다. 봉투를 준비하며 고민한 시간까지 없던 일이 된 기분이 든다.
손주에게 무언가 해 주고 싶다면 다른 날 따로 챙기는 편이 무난하다. 받은 봉투는 일단 고맙게 받아 두어야 자녀의 마음도 함께 받은 셈이 된다. 한자리에서 돈이 곧장 오가면 주는 쪽도 받는 쪽도 허전해진다.
2위. 형편도 안 좋으면서 왜 주냐고 타박하기
“너도 빠듯하면서 이걸 왜 가져와”라는 말은 걱정에서 나온다. 하지만 자녀는 자기 살림이 부모 눈에 위태로워 보인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어른 노릇을 해 보려던 마음이 걱정거리 취급을 받는 셈이다.
자녀 형편이 정말 마음에 걸린다면 봉투를 받는 자리 말고 조용한 때 따로 물어보는 편이 낫다. 액수가 부담스러워 보이면 “다음엔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한 번 가볍게 말해 두면 충분하다. 받는 순간에는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해야 한다.
1위. 다른 집 자식이 주는 금액과 비교하기
“옆집 아들은 달마다 꼬박꼬박 보낸다더라” 같은 말은 농담처럼 꺼내도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자녀는 방금 내민 봉투가 모자란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아 다음 봉투를 준비할 때부터 액수를 먼저 따지게 된다. 기쁘게 드리던 일이 숙제로 바뀐다.
자녀가 드리는 용돈은 집집마다 형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남의 집 이야기는 사실인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비교가 시작되면 자녀는 봉투보다 부모 앞에 서는 일 자체를 미루게 된다. 금액이 얼마든 그 자리에서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가장 좋은 답례다.
자녀가 건네는 용돈에는 안부가 함께 담겨 있다. 액수를 견주거나 걱정을 앞세우거나 곧장 되돌려주면 그 안부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고맙다, 잘 쓰마”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 말을 들은 자녀는 다음 명절에도 편한 마음으로 봉투를 준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