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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내미는 물건을 그 자리에서 손사래 치며 다 물리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립니다. 받자니 둘 데가 없고 거절하자니 서운해하실 텐데,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명절에 본가에 갔더니 어머니가 장롱 깊숙이 넣어 두셨던 놋그릇과 손뜨개 방석, 빛바랜 앨범까지 꺼내 놓으십니다. 집 수납장은 이미 꽉 찼는데 “너 가져가라”는 말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부모님에게 물건을 물려주는 일은 짐을 덜어내는 일이면서 살아온 시간을 넘겨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받는 쪽의 말 한마디에 따라 홀가분한 정리가 되기도 하고 섭섭한 기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서운함 없이 사양하는 방법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3위. 필요한 곳에 기증하자고 함께 정하기
자식이 안 가져가면 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여기시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엔 둘 데가 없어서요”라는 말을 들으면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을 아껴 온 세월이 통째로 버려지는 것처럼 느끼십니다.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셔도 속으로는 한참을 서운해하십니다.
거절에서 대화가 끝나면 부모님 혼자 처분을 떠안게 됩니다. 깨끗한 그릇이나 옷, 책은 동네 복지관이나 작은 도서관, 중고 물품을 받는 기부 단체에 보낼 수 있습니다. 오래된 생활 도구나 한복은 지역 향토 자료관에서 받아 주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문의해 보는 편이 무난합니다. 보낼 곳을 같이 고르고 가져다드리는 길에 동행하면 버린다는 느낌이 쓰임을 찾아 준다는 느낌으로 바뀝니다.
2위. 물건에 얽힌 사연을 먼저 여쭙고 기록해 두기
어머니가 꺼낸 반짇고리를 보고 “이건 요즘 아무도 안 써요”라고 하면 대화가 거기서 끊깁니다. 어머니는 그 물건을 처음 장만하던 날 이야기를 꺼내 보지도 못하고 입을 닫으십니다. 속으로는 ‘내 얘기는 들을 생각도 없구나’ 하고 받아들이십니다.
부모님이 서운해하시는 건 물건을 안 가져가서라기보다 거기 담긴 이야기가 함께 사라질 것 같아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양하기 전에 언제 어디서 산 것인지, 누가 쓰던 것인지 먼저 여쭤보세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들은 이야기를 몇 줄 적어 두면 물건은 떠나도 이야기는 남습니다. 모아서 작은 사진첩으로 만들어 두면 형제들과 나눠 보기에도 좋습니다.
1위. 전부 거절하지 말고 의미 있는 한 가지만 골라 받기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아프게 남는 말은 “엄마, 이거 다 필요 없어요”입니다. 자식은 짐을 덜어 드리려고 한 말이지만 부모님은 ‘평생 모은 게 다 쓸모없다는 거구나’로 들으십니다. 그날 이후 다시는 물건 얘기를 꺼내지 않으시는 분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나중입니다. 부모님이 안 계실 때 그 물건이 문득 생각나도 이미 다른 사람 손에 가 있습니다. 전부 받을 수 없다면 한 가지만 고르면 됩니다. 어머니가 늘 쓰시던 국자, 아버지의 손목시계처럼 작고 손때 묻은 물건이 오히려 오래 곁에 남습니다. “이건 제가 꼭 가져갈게요”라고 먼저 말씀드리면 나머지를 사양해도 부모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부모님이 물건 정리를 시작하셨다는 건 기운이 있을 때 스스로 마무리하고 싶으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려받는 일은 몇 개를 받았느냐보다 어떤 얼굴로 받았느냐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에 “이거 가져가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고개를 젓기 전에 잠시 옆에 앉아 이야기부터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