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N 뉴스 · 2026.10.30 11:08

“5개 부대 동시 타격을 보고도 ‘실전 없는 군대’라고?” 군사 전략가가 꼽은 대북 오판 1위

아직도 북한군을 70년 넘게 총 한 번 제대로 쏴보지 않은 군대로 보십니까? 그 인식에 기대어 한반도 방어를 설계한다면 개전 첫날에 계산이 무너집니다.

출발점은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GUR)의 평가입니다. 안드리 유소프 대변인은 이달 7일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추가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징후가 관찰된다고 밝혔습니다. 규모와 시점, 구체적으로 어떤 징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추가 파병 자체는 아직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주시해야 할 가능성입니다. 그러나 이번 평가에서 더 무게를 둬야 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이미 전장에 나가 있는 북한군이 무엇을 배우고 있느냐입니다.

GUR에 따르면 북한군은 포병과 다연장로켓 운용에 참여하고, 항공정찰 임무를 맡으며, 화력 조정과 정찰·공격용 무인기 운용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2024년 말 쿠르스크 전선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북한군은 수자 탈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상자를 낸 보병 전력으로 주로 거론됐습니다. 지금 평가는 성격이 다릅니다. 소모되는 병력보다는 현대 화력전의 운영 방식을 체득하는 학습 집단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흐름을 놓고 한국이 빠지기 쉬운 오판을 순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3위는 파병을 단순한 외화벌이와 인력 수출로만 보는 시각입니다. 경제적 동기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1953년 정전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정규군을 외국 전쟁에 투입한 결정을 돈 문제로만 해석하면, 그 대가로 얻는 군사적 자산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탄약과 무기를 실제로 소비하며 전쟁을 치러본 경험은 평시 훈련으로는 얻기 어렵습니다.

2위는 지난달 12일 북한의 복합타격 훈련을 정치적 무력시위로 치부하는 태도입니다. 이 훈련에서는 공격용 무인기,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대구경 다연장로켓이 한꺼번에 동원됐고 포병·미사일 부대 5개가 서로 다른 체계를 동시에 운용했습니다. GUR은 이를 통합 화력 지휘통제와 타격수단 간 조율을 연습한 것으로 봤습니다. 적의 방공·미사일방어망에 동시에 부하를 걸어 포화시키는 다축 공격 능력을 겨냥했다는 분석입니다. GUR이 우크라이나 전장의 전술이 이 훈련에 직접 적용됐다고 단정하지 않은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훈련의 구성 자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공격 공식과 겹친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1위는 북한의 위협을 개별 무기 목록으로 세는 습관입니다. 장사정포 몇 문, 미사일 몇 기를 세는 방식은 냉전형 평가법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핵심은 무기의 개수보다 연결입니다. 무인기가 표적을 찾고, 그 정보가 화력 조정을 거쳐 포병과 로켓으로 넘어가고, 미사일이 방공망의 빈틈을 파고드는 순환 구조가 전투력을 결정합니다. GUR이 북한의 고강도 전쟁 수행 능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 근거도 바로 이 ‘탐지에서 타격까지’의 연결 고리를 실전에서 익히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무인기와 지상 로봇이 진지 점령에까지 동원되는 전장을 직접 겪은 군대는 사고방식부터 달라집니다.

역사적으로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1936년부터 1939년까지 스페인 내전에 파견된 독일 콘도르 군단은 신형 항공기와 공지 협동 전술을 실전에서 검증했습니다. 그 교훈은 몇 년 뒤 유럽 전역의 전격전에 반영됐습니다. 남의 전쟁을 실험장 겸 교육장으로 활용한 군대가 이후 얼마나 빠르게 변했는지는 이미 전쟁사에 기록돼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 전장에서 하고 있는 일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한반도에 주는 함의는 분명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초반부터 대규모 포병전과 미사일전이 함께 벌어지고 공군기지, 항만, 지휘시설이 우선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은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여기에 무인기 정찰과 실시간 화력 조정이 결합되면, 같은 수의 포와 미사일이라도 명중률과 생존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대응의 초점도 옮겨가야 합니다. 요격 미사일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포화 공격을 막기 어렵습니다. 저가 무인기를 걸러낼 다층 방어, 북한의 탐지·타격 순환을 끊는 전자전과 대포병 능력, 표적이 되는 기지의 분산과 복구 능력을 함께 갖춰야 합니다.

앞으로 전개는 세 갈래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추가 파병이 현실화하면 학습의 폭은 포병과 무인기를 넘어 지휘 참모 영역까지 넓어질 수 있습니다. 파병이 현 수준에 머물더라도 이미 쌓은 경험은 교범과 훈련 체계로 옮겨져 북한 내부에 퍼질 것입니다. 전쟁이 협상 국면에 들어가 병력이 귀환하는 경우가 오히려 가장 주의해야 할 시나리오입니다. 실전을 겪은 장교와 부사관들이 전방 부대의 교관이 되는 순간부터 경험이 조직 전체에 확산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지금 북한군은 남의 땅에서 자기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과거의 잣대로 재는 것이 우리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비싼 오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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