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자 물건을 묻지도 않고 내다 버리면 부부 사이가 금방 망가집니다. 낡은 물건 하나 치웠을 뿐인데 왜 며칠씩 말을 안 할까요? 큰맘 먹고 베란다와 창고를 비운 날, 외출에서 돌아온 배우자가 빈자리를 보고 굳은 얼굴로 서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치운 사람은 집을 넓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물건 주인은 자기 시간이 통째로 지워졌다고 느낍니다. 오늘은 60대 부부가 집을 정리하다 가장 크게 다투게 되는 배우자 물건 세 가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3위. 다시 하려고 남겨 둔 취미 도구와 수집품
몇 년째 먼지만 쌓인 낚시 가방이나 우표첩은 이제 안 하는 취미처럼 보입니다. 정리하던 쪽은 “몇 년째 손도 안 댔잖아, 어차피 안 할 거면서” 하고 넘깁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내 계획을 배우자가 마음대로 끝내 버렸다고 받아들입니다. 본인에게는 잠시 손을 놓았을 뿐 그만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집품은 오래 모은 것이라 같은 것을 다시 구하기 어렵습니다. 취미 도구도 시간이 더 나면 다시 하려고 미뤄 둔 경우가 많습니다. 버리기 전에 계속할 생각인지 먼저 물어보는 편이 무난합니다. 남기기로 했다면 선반 한 칸처럼 자리를 정해 두면 됩니다.
2위.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전에 쥐여 준 물건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건넨 반찬 통이나 장모가 사위 손에 쥐여 준 지갑은 남이 보기엔 낡은 살림입니다. 남편이 “우리 어머니가 그냥 준 건데 뭘 그렇게 아껴” 하며 내놓으면, 아내는 시어머니와 쌓은 시간을 남편이 가볍게 여긴다고 받아들입니다. 내 부모가 준 것이니 버려도 된다는 생각이 오히려 서운함을 키웁니다.
부모가 자식의 배우자에게 직접 건넨 물건은 받은 사람에게 그 집 식구로 인정받은 기억이 됩니다. 그래서 내 부모 물건이라도 배우자가 받은 것이라면 배우자 몫으로 보는 편이 무난합니다. 정리가 필요하면 함께 고르면 됩니다. 둘 자리가 없을 때는 사진으로 남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1위. 본인만 의미를 아는 젊은 시절 기록물
군대 시절 빛바랜 사진이나 결혼 전에 주고받은 연애편지는 정리하는 쪽 눈에 누렇게 바랜 종이 묶음일 뿐입니다. “이런 걸 아직도 갖고 있었어?” 하는 말과 함께 재활용 봉투에 들어가면, 주인은 배우자가 자기 젊은 날을 하찮게 여긴다고 받아들입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라면 나만 간직하고 있었구나 싶어 더 서운해집니다.
이런 기록은 의미를 본인만 압니다. 한번 버리면 다시 만들 수 없어서 다툼도 가장 오래갑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도 실례가 될 수 있으니, 분류하지 말고 상자째 배우자에게 넘기는 편이 좋습니다. 남길지 버릴지는 주인이 정하게 두면 됩니다.
집 정리는 함께 사는 공간을 비우는 일이지 상대의 지난 시간을 비우는 일이 아닙니다. 내 눈에는 쓸모없어 보여도 배우자에게는 다시 구할 수 없는 물건일 수 있습니다.
버리기 전에 “이거 정리해도 될까?” 하고 한마디만 물어도 괜한 다툼은 피할 수 있습니다. 각자 물건은 각자 고르고 함께 쓰던 살림만 같이 정리하면 됩니다. 그러면 집도 넓어지고 마음도 상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