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 같으면 금방 떠올랐을 이름이 혀끝에서 맴돌기만 한다. 냉장고 문을 열어 놓고 무엇을 꺼내려 했는지 잠시 서 있게 된다. 나이 탓이라며 웃어넘기지만, 마음 한쪽에는 작은 불안이 남는다.
뇌는 쓰는 만큼 깨어 있다는 말이 있다. 거창한 훈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루 중 손을 움직이고, 낯선 것을 접하고, 사람과 말을 주고받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일상에 들이기 쉬운 습관 네 가지를 살펴본다.
첫째, 손글씨로 하루를 적는 일
자판과 화면에 익숙해지면서 펜을 쥘 일이 드물어졌다. 그러나 글씨를 쓰려면 손끝의 힘을 조절하고, 떠오른 생각을 문장으로 다듬고, 지난 일을 되짚어야 한다. 몇 줄의 기록에도 여러 일이 함께 일어난다.
잘 쓰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오늘 먹은 반찬, 마주친 이웃, 날씨에 대한 감상이면 된다. 잠들기 전 공책을 펴는 일이 반복되면 하루를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두는 습관이 생긴다.
둘째, 손끝으로 하는 놀이
뜨개질이나 색칠은 단순해 보이지만 눈과 손이 쉬지 않고 맞춰 움직여야 한다. 코를 세고, 색을 고르고, 다음 순서를 기억하는 동안 마음은 자연스럽게 한곳에 모인다.
이런 놀이는 결과물이 손에 남는다는 점에서도 좋다. 완성한 목도리나 그림 한 장은 작은 성취감이 되고, 다음 것을 시작할 이유가 된다. 텔레비전 앞에서 보내던 시간의 일부만 옮겨 와도 충분하다.
셋째, 낯선 길과 낯선 배움
늘 걷던 산책길은 편하지만 생각할 거리가 없다. 한 골목만 다르게 꺾어 들어가도 간판과 풍경을 새로 읽어야 하고, 돌아오는 길을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익숙함에서 반 걸음 벗어나는 것만으로 뇌는 다르게 움직인다.
악기나 외국어처럼 새로 배우는 일도 같은 이치다. 서툰 것이 당연하고, 서툰 시간을 견디는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다. 늦었다는 생각보다 처음이라는 설렘을 붙들어 두는 편이 낫다.
넷째,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기
대화는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다. 상대의 말을 듣고, 표정을 읽고, 알맞은 대답을 찾아야 한다. 혼자 지내는 날이 길어질수록 이런 주고받음이 줄어들고, 말수도 함께 줄어든다.
약속을 거창하게 잡지 않아도 된다. 경로당에서 나누는 안부, 시장 상인과의 짧은 대화, 오랜 친구에게 거는 전화 한 통도 대화다. 사람을 만나는 날에는 옷매무새를 살피게 되고, 그 자체로 하루에 생기가 돈다.
뇌를 위한 일은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 펜을 쥐고, 실을 감고, 다른 길로 걷고, 누군가와 마주 앉는 평범한 순간들이 쌓여 생각의 결을 지킨다.
오늘 하나만 고른다면 잠들기 전 공책에 세 줄을 적어 보는 것이다. 기억이 자꾸 흐려지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이 느껴진다면 혼자 걱정하기보다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