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1.89포인트(3.52%) 내린 5533.77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5670.11로 출발해 장중 0.08% 오르며 상승 전환하기도 했지만, 오후로 갈수록 낙폭이 깊어졌다. 코스닥도 28.66포인트(3.62%) 하락한 764.10으로 마감했다. 장이 열리기 전 나온 호재와 장이 닫힌 뒤 남은 결과가 정반대였던 하루였다.
발단은 미국 빅테크 메타의 3분기 실적이다. 메타는 성장세를 확인시켰지만, 시장이 주목한 것은 매출이 아니라 현금 흐름이었다. 3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21억2천만 달러로 적자 전환했다. 장기 부채는 연초 587억 달러에서 809억 달러로 불어났다. 여기에 내년 설비투자 규모에 대한 구체적 가이던스도 내놓지 않았다. 얼마를 더 쓸지 모르는 상태에서 쓰는 돈은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된 셈이다.
이 장면을 해석하는 시각은 비교적 선명하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메타가 성장을 잘하고 있는데 돈은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AI가 성장을 못 하거나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비용은 늘고 돈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도 오라클과 함께 메타가 현금 소진 우려를 받아온 만큼 FCF 적자 전환이 반등을 제약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수요의 문제가 아니라 자금 조달의 문제로 논점이 옮겨갔다는 점이다.
이 프레임이 코스피에 유독 크게 작용한 이유는 지수 구조에 있다. 시가총액의 약 4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03%, 5.80% 내렸다. 두 종목은 전날 5%대 급등한 터라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올 환경이 이미 갖춰져 있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추진을 둘러싼 중복 상장 논란까지 겹쳤다. 빅테크의 설비투자는 곧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이기 때문에, 투자 여력에 의문이 붙으면 그 충격은 반도체 대형주로 곧바로 전달된다.
수급 여건도 취약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얇은 수급 기반 속에서 AI를 둘러싼 ‘실수요 확대와 투자 사이클 지속’ 대 ‘수익성 우려와 자금 조달 리스크’의 줄다리기가 빈번하다고 진단했다. 매수 주체가 두텁지 않은 시장에서는 같은 재료도 변동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은 한국은행의 매파적 동결까지 더해져 부담이 한층 무거워졌다.
결국 이날 하락은 AI 산업의 방향이 틀렸다는 판정이라기보다, 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시장은 그동안 매출 성장과 수요 전망에 점수를 줬지만, 이제는 그 성장을 감당할 현금과 조달 능력까지 채점하기 시작했다. 호실적이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던 공식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변동성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 연구원은 다음 주까지 미국의 다른 하이퍼스케일러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이어지는 만큼 이 과정에서 등락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지표도 달라졌다. 영업이익이나 매출 증가율만이 아니라 설비투자 가이던스의 유무, 잉여현금흐름의 부호, 부채 증가 속도가 다음 실적 발표의 핵심 체크 항목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