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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할 일이 다 끝난 것 같지만, 실은 그때부터가 시작입니다. 사십구재를 챙기고 유품을 정리하고 형제끼리 날을 맞춰 모이다 보면 한두 달은 금세 지나갑니다.
그런데 상속에는 슬픔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 기한이 있습니다. 넘기고 나면 몰랐다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3위. 재산과 빚을 조회하지 않고 짐작으로 넘어가기
주민센터에서 사망신고를 할 때 직원이 “재산 조회도 같이 신청해 두시겠어요?” 하고 묻습니다. 자녀는 “아버지 통장은 제가 다 알아요” 하고 돌아서고, 직원은 더 권하지 못하고 서류만 넘깁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어느 금융사에 대출을 두었는지, 남의 보증을 선 일은 없는지까지 자녀가 다 아는 경우는 드뭅니다.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하면 고인 명의의 예금과 대출, 토지, 자동차, 세금 체납 같은 내역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따로 신청할 수도 있지만 신청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아래 두 기한을 판단하려면 이 결과가 먼저 손에 있어야 하니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2위. 상속세 신고를 남의 일로 여기기
형제들이 모인 자리에서 맏이가 “우리 집이 상속세 낼 정도는 아니잖아” 하고 말하면 동생들은 형이 알아봤겠거니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무도 따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이야기가 그렇게 끝납니다.
실제로 공제가 커서 낼 세금이 없는 집도 많습니다. 다만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이라면 아파트 한 채만으로도 기준을 넘는 경우가 생깁니다. 신고 기한은 돌아가신 달의 말일부터 6개월입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가산세가 붙고, 기한 안에 신고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공제도 놓칩니다. 세금이 나오는지부터 세무사에게 한 번 확인받아 두면 나중에 형제끼리 서로 탓할 일도 줄어듭니다.
1위. 빚이 더 많은데 상속포기·한정승인 시기를 놓치기
장례식장에서 작은아버지가 “형님은 남한테 손 벌릴 사람이 아니었다” 하고 말씀하시면 자녀는 그 말에 마음을 놓습니다. 그러다 몇 달 뒤 낯선 금융사에서 독촉장이 날아오고 나서야 법무사 사무실을 찾게 됩니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은 상속이 시작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신청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재산보다 빚이 많아도 그대로 떠안는 단순승인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뒤늦게 구제받는 절차도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기대기 어렵습니다. 또 형제 중 한 사람만 포기하면 빚이 남은 형제에게 몰리고, 자녀가 모두 포기하면 손주에게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결정은 가족이 함께 상의해서 내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부모님을 보낸 뒤 서류를 챙기는 일이 마음 편할 리 없습니다. 그래도 사망신고 때 재산 조회를 함께 신청하고, 석 달과 여섯 달이라는 두 기한을 달력에 적어 두면 남은 가족이 뒤늦게 곤란해지는 일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재산과 빚이 뒤섞여 판단이 어렵다면 기한이 넉넉할 때 법무사나 세무사와 먼저 상담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