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N 뉴스 · 2026.10.26 11:44

“맨날 다 처음이다..” 배우 윤여정 말처럼 60살 넘어 이혼하고 남이 알까 부끄러운 처음 겪는 일 4가지

예순을 넘기면 웬만한 일은 다 겪어 봤다고 여기게 된다. 아이를 키워 냈고, 부모를 보내 드렸고, 직장에서 물러나는 일도 치렀다. 그런데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수십 년 몸에 밴 일상이 한꺼번에 낯선 것이 된다. 이 나이에 이런 걸 처음 해 본다는 사실이 서글프고, 남이 알까 부끄럽기도 하다.

반세기 넘게 연기를 해 온 배우 윤여정은 방송과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우리 맨날 다 처음이잖아”라고 말했다. 나이가 많다고 삶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일흔이든 여든이든 오늘은 누구에게나 처음 사는 날이다. 그러니 처음이라 서툰 것은 흉이 아니다. 이 말에 비추어 예순 넘어 이혼한 사람이 처음 마주하는 일들을 순서대로 짚어 본다.

4위 – 혼자 받아 드는 고지서

이혼 후 첫 달, 우편함에서 꺼낸 관리비 고지서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진다. 그동안 공과금이나 보험료, 자동차 정비 같은 일은 한쪽이 맡아 온 경우가 많았다. 익숙하지 않은 쪽은 자동이체가 어디에 걸려 있는지도 모른다. 막힌 하수구나 꺼진 보일러 앞에서 누구를 불러야 할지 몰라 한참을 서 있게 된다.

이것은 무능해서 생긴 일이 아니다. 그 일을 해 볼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처음 하는 일에 서툰 것은 당연하다. 은행 창구에서 모르는 것을 묻고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거는 것이 곧 배우는 과정이다.

3위 – 혼자 맞는 명절

명절 달력이 다가오면 마음이 먼저 바빠진다. 수십 년 동안 명절은 정해진 순서대로 흘러갔다. 어느 집에 먼저 가고 무엇을 준비하고 누가 운전하는지 묻지 않아도 알았다. 이혼 뒤 맞는 첫 명절에는 그 순서가 통째로 사라진다. 아침에 일어나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날이 생긴다.

이날을 예전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하루가 길어진다. 처음 겪는 명절이라 여기고 새로 짜 보는 편이 낫다. 자녀와 날짜를 바꿔 만나도 되고, 혼자 고향 근처를 걸어도 된다. 정해진 방식이 사라졌다는 것은 새 방식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2위 – 비어 있는 보호자 칸

병원 접수대에서 내미는 서류에는 보호자 칸이 있다. 예전에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배우자의 이름을 적었다. 이혼 후 처음 그 칸 앞에 서면 펜이 멈춘다. 다 큰 자녀에게 연락하자니 미안하고, 비워 두자니 마음이 쓸쓸하다. 수술이나 검사를 앞두고 동의서를 받을 때는 그 막막함이 더 커진다.

이 순간이 처음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해야 할 일이 보인다. 위급할 때 연락받을 사람을 미리 정하고 그 사람에게 부탁해 두는 일이다. 자녀일 수도 있고, 형제나 오랜 친구일 수도 있다. 막상 일이 닥쳐서 허둥대는 것보다 아무 일 없을 때 말해 두는 편이 서로에게 덜 무겁다.

1위 – 내 이름으로 내리는 첫 결정

이혼 후 가장 낯선 일은 의외로 사소한 데서 온다.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거실 소파를 어디에 둘지,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 같은 것들이다. 오랫동안 누군가와 의논하거나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정해 온 사람은 혼자 결정해야 하는 순간 멈칫한다. 내가 원래 무엇을 좋아했는지조차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이 결정들은 작지만 의미가 크다. 누구의 허락도 없이 내 이름으로 내리는 첫 결정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틀린 선택도 할 것이다. 사 온 반찬이 입에 맞지 않거나 바꾼 가구 배치가 불편할 수 있다. 그래도 다시 고르면 된다. 맨날 처음인 삶에서는 실패도 처음 하는 연습일 뿐이다.

예순 넘어 겪는 이혼은 많은 것을 잃는 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그 뒤에 오는 하루하루는 어쨌든 처음 살아 보는 날들이다. 서툴러도 괜찮다는 마음이 있어야 다음 걸음을 뗄 수 있다.

오늘 저녁에는 수첩 한 장을 펴 두고 맨 위에 ‘처음 해 본 일’이라고 적어 보길 권한다. 그리고 그 아래 오늘 날짜와 함께 이혼 후 처음 해 본 일 한 가지를 한 줄로 적는다. 혼자 고지서를 낸 일도 좋고, 혼자 고른 반찬도 좋다. 한 줄씩 쌓인 그 목록이 낯선 시간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보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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