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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만 무사히 치르면 끝났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형제 사이에 금이 가는 일은 발인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그날 밤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부의금 봉투 꾸러미를 거실 탁자에 올려놓고 누가 계산할지, 남은 돈은 어떻게 할지 말을 꺼내는 순간 며칠 동안 쌓인 피로와 서운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장례를 치른 상주는 몸도 마음도 바닥난 상태라 꼼꼼히 챙길 여력이 없다. 그래서 장례 현장을 오래 지켜본 이들이 흔히 꼽는, 부의금을 정리하면서 생기기 쉬운 실수 세 가지를 순서대로 짚어 보았다.
3위. 부의 명부를 정리하지 않고 봉투만 모아 두는 경우
장례식장에서는 경황이 없어 봉투를 상자에 넣어 두기 바쁘다. 몇 달 뒤 사촌의 결혼 소식이 왔을 때 형이 “그 집에서 그때 얼마 했더라?” 하고 물어도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상대 집안은 사정을 모르니 받은 만큼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 일에는 성의를 덜 보이네’ 하는 서운함을 품을 수 있다.
부의금은 언젠가 그 집 경조사 때 갚아야 할 마음의 빚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봉투를 버리기 전에 이름, 관계, 금액을 한 장에 옮겨 적어 두는 편이 무난하다. 공책이든 휴대전화 메모든 상관없다. 형제가 함께 볼 수 있게 사진으로 나눠 두면 나중에 말이 엇갈리지 않는다.
2위. 감사 인사를 똑같은 단체 문자로만 보내고 끝내는 경우
장례를 마치면 “바쁘신 중에 조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를 연락처 전체에 한 번에 보내는 일이 많다. 받는 사람은 고맙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나도 수백 명 중 하나였구나’ 싶어 마음 한쪽이 식는다. 먼 길을 와서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켜 준 사람일수록 그런 마음이 더 크다.
단체 문자를 보내는 것 자체가 결례는 아니다. 다만 거기서 끝내지 말고, 가까운 사이나 궂은일을 도와준 사람에게는 이름을 불러 따로 연락하는 편이 좋다. 새벽까지 계셔 주셔서 든든했다는 한 줄만 더해도 받는 쪽은 그 장례를 오래 기억한다.
1위. 남은 부의금을 어떻게 나눌지 미리 정하지 않는 경우
장례비를 치르고 돈이 남으면 맏이가 “어머니 모신 사람이 나니까 일단 내가 갖고 있을게”라고 말하기 쉽다. 동생들은 그 자리에서는 고개를 끄덕여도 속으로는 ‘내 직장 동료들이 낸 돈은 어디로 가는 거지’ 하고 셈을 하게 된다. 그때 꺼내지 못한 말은 대개 다음 명절이나 제사 자리에서 터진다.
부의금을 다루는 방식은 집안마다 다르다. 장례비를 먼저 쓰고 남은 돈은 각자 받은 조문객 몫대로 나누는 경우도 있고, 한데 모아 홀로 남은 부모님을 위해 쓰는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 맞다기보다는 장례 직후 형제가 모여 기준을 정하고, 장례비 영수증과 남은 금액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뒤탈이 적다.
부의금은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봉투에 담겨 온 것이다. 누가 얼마를 냈는지 적어 두고, 고마운 사람에게는 이름을 불러 인사하고, 남은 돈은 형제가 함께 보는 자리에서 정하면 된다. 장례 뒤의 이 몇 가지 정리가 떠난 분이 남긴 가족 사이를 지켜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