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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차린 밥상에서 질문 하나로 자리가 얼어붙는다. 웃으며 들어왔던 자녀가 서둘러 일어선다면 무엇을 물었는지부터 돌아볼 일이다.
부모의 질문은 대개 걱정에서 나온다. 그러나 듣는 쪽은 점검받는 기분이 들기 쉽다. 자녀가 다시 오고 싶어지는 대화는 무엇을 묻느냐보다 무엇을 묻지 않느냐에서 시작된다.
첫째, 결혼은 언제 하고 아이는 언제 낳느냐는 질문
결혼과 출산은 자녀가 이미 수없이 고민해 온 문제다. 형편과 건강, 상대의 사정까지 얽혀 있어 식탁에서 한두 마디로 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친척들 앞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자녀는 답을 고르기보다 자리를 피할 궁리부터 한다.
궁금하다면 계획을 묻기보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어보는 편이 낫다. 자녀가 먼저 꺼내는 이야기만 들어도 삶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보인다.
둘째, 월급은 얼마고 승진은 했느냐는 질문
숫자를 묻는 순간 대화는 평가가 된다. 부모는 대견해서 혹은 걱정돼서 묻지만, 자녀는 성적표를 내미는 기분이 든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시기라면 그 질문은 더 아프게 들린다.
일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요즘 어떤 일이 재미있는지,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면 된다. 좋아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표정부터 풀린다.
셋째, 누구네 자식은 어떻다더라는 비교
“아무개 아들은 집을 샀다더라” 같은 말은 가볍게 시작해도 결국 상처로 끝난다. 비교는 자녀가 지금까지 버텨 온 시간을 한순간에 지워 버린다. 그 말을 들은 자녀는 그날 이후 부모 앞에서 자기 근황을 아끼게 된다.
남의 집 이야기 대신 우리 집 이야기를 꺼내 보는 것이 좋다. 어릴 적 함께 떠났던 여행이나 처음 자전거를 탔던 날 같은 추억은 식탁에 앉은 모두를 같은 편으로 만든다.
가족 모임의 공기는 질문 하나로 달라진다. 자녀가 다음에도 오고 싶은 자리는 부모가 답을 받아 내는 자리가 아니라 이야기가 편하게 오가는 자리다.
캐묻는 질문 대신 근황과 취미, 함께한 추억을 묻는 것. 오늘 밥상에서 바꿀 일은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