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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옛 동료 모임 공지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고? 다들 바빠서 그런 거라고 넘기면 안 된다. 싸운 일도 없고, 누가 대놓고 빼놓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중에 단톡방에 올라온 단체 사진에 나만 없으면 마음 한쪽이 서늘해진다.
회사 동료는 울타리가 사라진 뒤에도 이어지는 드문 인연이다. 그만큼 이어 가기도 까다롭다. 퇴직자 상담을 오래 해 온 이들은 모임에서 조용히 밀려나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습관이 있다고 말한다. 그중 자주 보이는 세 가지를 정리했다.
3위. 만날 때마다 일자리 소개나 부탁을 꺼내는 것
안부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혹시 거기 사람 안 뽑나, 자리 나면 나 좀 넣어 줘”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듣는 쪽은 웃으며 알아보겠다고 답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음 모임에서도 같은 말을 듣게 될까 걱정한다. 한두 번은 반가운 부탁이어도, 매번 이어지면 모임 자체가 숙제처럼 느껴진다.
퇴직 후 일자리 고민은 누구에게나 절실하다. 다만 동료들도 각자 사정이 있고, 소개했다가 일이 틀어지면 난처해지는 쪽은 소개한 사람이다. 꼭 부탁해야 한다면 여럿이 모인 자리보다 따로 연락해 한 번만 담백하게 말하는 편이 무난하다. 답이 없으면 그것도 하나의 답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2위. 회사 내부 소식과 인사 이야기를 캐묻는 것
자리에 앉자마자 “이번에 누가 올라갔어? 그 사람 아직 거기 있나?” 같은 질문이 술잔보다 먼저 돈다. 아직 회사에 다니는 후배는 대답하면서도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속으로 계산한다. 이미 회사를 나온 동료들은 남의 회사 이야기를 듣는 듯 겉돈다.
인사와 조직 이야기는 현직자에게 민감한 주제다. 말이 돌고 돌아 자기 입에서 나왔다는 소리가 날까 봐 조심하는 경우가 많다. 궁금하더라도 상대가 먼저 꺼낼 때 들어 주는 정도로 두는 것이 좋다. 그보다 요즘 몸은 괜찮은지, 주말엔 뭘 하는지처럼 지금의 삶을 묻는 편이 대화를 훨씬 편하게 만든다.
1위. 현직 때 직함과 대접을 계속 기대하는 것
식당에 들어서며 “내 자리는 안쪽으로 잡아 놨지?”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예전 부하 직원들은 웃으며 자리를 내준다. 하지만 속으로는 회사를 나와서까지 결재를 받는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이 몇 번 쌓이면 모임 날짜를 정할 때 이름이 슬그머니 빠진다.
직함은 회사를 나오면서 함께 내려놓는 편이 서로 편하다. 모임에서 예전 직함으로 부르는 건 대개 정겨움의 표현이지 위계가 이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대접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잔을 채우고, 회비는 똑같이 나누고, 자리는 남는 곳에 앉으면 된다. 예전 상사가 편하게 굴수록 후배들도 다시 그 자리에 나온다.
다음 모임에 나간다면 질문 하나만 바꿔 보면 된다. “회사는 요즘 어때?” 대신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묻는 것이다.
직함 없이 이름으로 불려도 반가운 사람, 부탁 없이 얼굴만 봐도 좋은 사람이 퇴직 후에도 오래 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