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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보험으로 바꿔 드리겠다는 말에 서명부터 한 적이 있는가. 그 서명 한 번이 오래 부어 온 돈을 허공에 날리기도 한다. 보장은 넓어지고 보험료는 비슷하다는 설명을 들으면 바꾸지 않는 쪽이 오히려 손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갈아타기는 새것을 하나 얻는 일이면서 이미 가진 것을 내려놓는 일이기도 하다. 권유를 받아들였다가 뒤늦게 후회한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공통점을 거꾸로 짚어 보면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첫째, 해지환급금을 계산해 보지 않았다
보험을 중간에 해지하면 그동안 낸 보험료를 고스란히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료에는 보장에 쓰이는 돈 말고도 계약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들어 있어서 가입 기간이 짧을수록 돌려받는 금액은 더 적어지기 쉽다.
권유를 받았다면 지금 해지할 때 돌려받는 금액을 보험사에 직접 확인하고, 지금까지 낸 총액과 나란히 적어 보는 것이 좋다. 그 차이가 곧 갈아타는 값이다. 새 보험의 장점이 이 손실을 메울 만큼 분명한지 따져 본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둘째, 보장이 비는 기간을 몰랐다
새 보험에 가입한다고 보장이 곧바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암처럼 큰 질병을 보장하는 상품은 가입 직후 보장하지 않는 면책기간과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하는 감액기간을 두는 경우가 많다. 기존 보험에서 이미 지나간 기간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병이 찾아올 가능성은 높아지는데, 하필 그 공백에 진단을 받으면 받을 수 있었던 보험금을 놓치게 된다. 새 상품의 약관에서 이 기간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그동안 기존 보험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함께 물어봐야 한다.
셋째, 지금의 나이와 병력을 계산에 넣지 않았다
예전에 보험에 가입하던 때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같은 보장이라도 나이가 많아질수록 보험료는 대체로 올라가고, 그사이 생긴 병력은 새 계약을 맺을 때 빠짐없이 알려야 한다.
병력에 따라 가입이 거절되거나 특정 부위를 보장에서 빼는 조건이 붙을 수도 있다. 기존 보험부터 해지했는데 새 보험 심사에서 거절되면 보장이 통째로 사라진다. 꼭 갈아타야 한다면 새 계약이 확정된 것을 확인한 뒤에 기존 계약을 정리하는 순서를 지켜야 한다.
좋은 권유인지 아닌지는 설명하는 사람의 말보다 숫자와 약관이 더 정확히 알려 준다. 서두르라는 말이 붙을수록 한 번 더 멈춰 서는 편이 낫다.
환급금 손실, 보장 공백, 가입 심사 결과를 모두 확인하기 전에는 기존 보험을 해지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