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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 하나 건네고 돌아서면 자식 도리를 다한 걸까요? 부모님은 웃으며 받으시지만, 자식이 떠난 뒤 그 돈을 서랍에 넣어 둔 채 한동안 꺼내지 않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봉투보다 더 반가워하시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자식이 무심코 하는 말과 부모님이 속으로 느끼는 마음을 함께 짚어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3위. 생활 속 작은 불편 해결해드리기
안부 전화를 드리다 보면 휴대폰 화면이 안 넘어간다거나 보일러 리모컨이 이상하다는 말씀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바쁜 마음에 “서비스센터에 한번 가 보세요”라고 하면 부모님은 그러마 하시면서도 결국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묻기가 미안해 다음부터는 말을 꺼내지 않으십니다.
나이가 들수록 작은 고장 하나가 하루를 내내 불편하게 만듭니다. 찾아뵐 때 손볼 곳이 없는지 먼저 여쭙고, 헐거운 문고리나 깜빡이는 전등을 고쳐 드리는 편이 좋습니다. 휴대폰은 사진 보내기나 영상통화처럼 자주 쓰는 기능 한두 가지를 종이에 순서대로 적어 두면 혼자서도 따라 하실 수 있습니다.
2위. 옛이야기와 사진 정리해드리기
부모님 댁 장롱 위에는 낡은 앨범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을 꺼내 이야기를 시작하시는데 “그 얘기 전에도 하셨잖아요”라며 말을 자르는 자식이 있습니다. 부모님은 허허 웃고 넘기시지만, 내 이야기가 지루했구나 싶어 그 뒤로는 앨범을 다시 펴지 않으십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시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기억이라는 뜻입니다. 사진을 한 장씩 넘기며 언제, 어디서, 누구와 찍었는지 여쭙고 뒷면에 적어 두거나 휴대폰으로 목소리를 녹음해 두십시오. 추린 사진을 작은 앨범으로 묶어 드리면 손님이 올 때마다 꺼내 보이시는 분이 많습니다.
1위. 병원 진료에 정기적으로 동행하기
병원 가는 날이라는 말씀에 “택시비 보내드릴 테니 다녀오세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은 고맙다고 하시지만 혼자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 설명을 다 알아듣지 못한 채 나오시곤 합니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다시 묻지도 못하고 약봉지만 들고 돌아오십니다.
진료실에서는 짧은 시간에 검사 결과와 약 이야기가 한꺼번에 오가서 어르신 혼자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정기 검진이나 중요한 진료가 있는 날만이라도 달력에 표시해 두고 함께 가는 편이 무난합니다. 증상과 궁금한 점을 미리 메모해 가고 의사 설명을 받아 적어 두면 부모님도 훨씬 안심하십니다. 매번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형제끼리 번갈아 모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봉투를 드리는 일도 분명 효도입니다. 다만 부모님이 정말 반가워하시는 것은 액수보다 자식이 곁에 있다는 느낌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쳐 드린 문고리 하나, 정리해 드린 사진 한 장, 함께 앉아 있던 병원 대기실에 그 마음이 담깁니다.
이번 주 안부 전화에서는 다음 진료가 언제인지 먼저 여쭤보십시오. 그 질문 하나에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