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으며 인사하는 이웃이라고 불만이 없을까. 가장 속을 끓이는 일일수록 얼굴 앞에서는 꺼내지 못한다. 아파트는 벽 하나, 바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여러 집이 함께 사는 곳이다. 내 집에서 하는 일이라도 소리와 시간과 공간은 이웃에게 고스란히 건너간다.
오래 산 동네일수록 서로 이해해 주리라 믿기 쉽다. 하지만 관리사무소에 들어오는 민원은 대개 말하지 못하고 쌓아둔 불편에서 시작된다. 이웃이 속으로만 삭이는 행동을 세 가지로 짚어본다.
3위. 복도와 계단을 내 창고처럼 쓰는 일
현관 앞에 화분 몇 개, 상자 몇 개쯤은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복도와 계단은 모두의 통로이고 급할 때 빠져나가야 하는 길이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미는 이웃에게는 작은 화분 하나도 넘어야 할 벽이 된다.
내놓은 사람은 잠깐이라 생각하지만 지나가는 사람은 매일 그 앞을 비켜 간다. 화분에서 흘러나온 흙물을 밟는 것도 이웃의 몫이다. 공용 공간을 비워두는 것은 이웃의 발걸음을 존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2위. 엘리베이터 문을 붙잡고 먼저 올라타는 일
일행을 기다린다며 열림 버튼을 오래 누르고 있으면 다른 층의 이웃은 영문도 모른 채 서 있어야 한다. 출근길이거나 무거운 짐을 든 사람에게 그 몇십 초는 꽤 길다.
문이 열리자마자 내리는 사람보다 먼저 몸을 들이미는 것도 마찬가지다. 안에 있던 사람이 다 내린 뒤 타는 것이 서로 부딪히지 않는 순서다. 걸음이 느려질수록 서두르게 되지만 한 걸음 물러서 기다리는 사람이 오히려 여유 있어 보인다.
1위. 이른 아침과 늦은 밤의 생활 소음
새벽잠이 줄면서 일찍 청소기를 돌리거나 도마에 마늘을 찧는 집이 있다. 내게는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지만 아래층에는 잠을 깨우는 쿵쿵 소리다. 뒤꿈치로 걷는 발소리도 바닥을 타고 생각보다 멀리 퍼진다.
소음은 한두 번이면 참지만 되풀이되면 그 집에 대한 인상이 된다. 그래서 이웃은 더 말하기 어려워진다. 청소는 낮으로 미루고, 집 안에서는 실내화를 신고, 마늘은 수건을 깔고 찧는 것만으로도 아래층의 새벽이 달라진다.
공동주택의 예절은 거창한 배려가 아니다. 내가 내는 소리와 차지하는 자리, 붙잡고 있는 시간이 이웃에게 어떻게 닿는지 한 번 더 헤아리는 일이다.
내 집 문밖은 모두의 공간이고, 내 집 바닥은 아랫집의 천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