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받은 부의금을 그 금액 그대로 들고 가도 괜찮을까. 셈을 정확히 끝냈다고 안심한 그 봉투가 상대 집안에는 오래 남는 서운함이 되기도 한다.
부모상을 치르고 나면 부의록을 넘기며 언젠가 꼭 챙겨야 할 이름들을 마음에 새긴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되갚을 차례가 오면 기억은 흐릿해지고 기준도 애매해진다. 부의금을 받았던 사람이 나중에 갚으면서 흔히 하는 실수 세 가지를 정리했다.
3위. 오래전 받은 금액을 그대로 돌려주기
봉투를 건네며 “그때 자네가 해 준 만큼 했네” 하고 말하면 본인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받는 쪽은 ‘그 사이 세월은 하나도 안 쳐 줬구나’ 하고 속으로 다시 셈을 한다. 10년 전 5만 원과 지금의 5만 원은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상대도 알기 때문이다.
부의금은 빚을 갚는 돈이라기보다 마음을 주고받는 돈에 가깝다. 오래전에 받은 금액이라면 그동안 오른 물가와 관계의 깊이를 함께 생각해 조금 얹어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5만 원을 받았다면 지금은 7만 원이나 10만 원 정도로 맞추는 편이 무난하다. 액수 자체보다 ‘잊지 않고 챙겼다’는 인상이 남는 것이 중요하다.
2위. 기록이 없다고 그냥 넘어가기
“우리 때 왔었나? 기억이 잘 안 나서” 하는 말은 가볍게 꺼내도 상대에게는 크게 들린다. 직접 와서 절하고 봉투까지 두고 간 사람은 그날 장면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 걸음이 저쪽에선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관계는 소리 없이 멀어진다.
부의록을 잃어버렸거나 자녀가 대신 받아 정리했다면 기록이 비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형제나 그날 접수를 맡았던 가족에게 먼저 물어보는 편이 낫다. 끝내 확인이 안 되더라도 왔을 법한 사이라면 넉넉히 챙기는 편이 뒷말이 없다. 기록이 없다는 것은 내 사정일 뿐이어서 상대에게는 변명으로 들리기 쉽다.
1위. 소식을 듣고도 늦게 전하기
장례가 다 끝난 뒤에야 연락해 “그동안 정신이 없어서, 늦어서 미안하네” 하고 봉투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 말로는 미안함을 전하지만 상주는 ‘정작 힘들 때는 연락 한 통 없더니’ 하는 마음을 쉽게 지우지 못한다. 내가 힘들 때 와 줬던 사람이라면 그 서운함은 더 오래 간다.
부의금은 얼마를 하느냐만큼 언제 전하느냐도 중요하다. 소식을 들었다면 장례 기간 안에 직접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사정이 안 되면 계좌로라도 먼저 보내고 짧게 전화를 거는 편이 낫다. 발인 뒤에 따로 찾아가 인사하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미루는 사이 마음은 그대로여도 상대에게 닿는 무게는 줄어든다.
받은 부의금을 갚는 일은 장부의 숫자를 맞추는 일이 아니다. 세월만큼 조금 더 얹고, 기록이 없으면 먼저 확인하고, 소식을 들으면 미루지 않으면 된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오래 이어 온 관계가 봉투 한 장 때문에 어긋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