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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치르고 나면 부모님이 사시던 집을 비워야 할 날이 금방 다가옵니다. 계약 만기나 관리비 문제로 마음이 급해지고 형제들끼리 날짜를 맞추기도 어려워 하루 이틀 만에 정리를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쓰레기봉투가 수십 장 나가고 나서야 무언가 빠뜨린 듯한 허전함이 남습니다.
유품 정리는 다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날 버린 것은 되찾을 길이 없고, 그 일로 형제 사이에 서운함이 쌓이기도 합니다. 자식들이 정리를 마친 뒤 가장 아쉬워하는 것들을 세 가지로 추려 보았습니다.
3위. 손때 묻은 생활용품
찬장을 비우다 보면 이가 나간 냄비나 닳은 밥주걱이 나옵니다. 누군가 “이런 건 어디 쓸 데도 없잖아” 하며 봉투에 담으면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그 냄비로 끓인 찌개를 유독 또렷하게 기억하는 형제는 말을 삼킵니다. 쓸모를 따진 그 말이 자기 추억까지 쓸모없다고 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생활용품은 값이 없어서 오히려 쉽게 사라집니다. 버리기 전에 형제들에게 가져가고 싶은 것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는 편이 무난합니다. 다 남길 수 없다면 사진이라도 찍어 두면 나중에 서운함이 덜합니다.
2위. 부모님이 쓰시던 옛 휴대폰
서랍 속 오래된 휴대폰은 전원도 들어오지 않아 고물처럼 보입니다. “충전기도 안 맞는데 그냥 버리자”는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런데 몇 달 뒤 그 안에 아버지의 음성 녹음이나 손주와 찍은 영상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버리자고 한 형제를 원망하는 마음이 슬며시 생깁니다.
휴대폰에는 사진첩에 없는 사진과 음성 메시지, 문자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맞는 충전기를 구해 내용을 확인하고 컴퓨터나 저장 장치에 옮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잠금이 걸려 있다면 서비스센터에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1위. 손글씨가 남은 메모와 가계부
달력 뒷면의 전화번호나 장 본 내역이 빼곡한 가계부는 종이 더미처럼 보여 가장 먼저 버려집니다. “이건 다 지난 거니까 버려도 되지?”라고 물으면 대개 별생각 없이 그러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 어머니가 자식들 생일을 적어 둔 쪽지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안 형제는, 들춰 보지도 않고 버린 그날을 오래 마음에 둡니다.
손글씨는 그 사람이 살던 시간을 가장 가까이 보여 줍니다. 가계부의 숫자 하나에도 자식 학비를 마련하던 시절이 담겨 있습니다. 종이류는 한꺼번에 버리지 말고 상자에 모아 두었다가 형제들이 함께 넘겨 보는 편이 좋습니다. 부피가 부담스럽다면 몇 장만 남기고 나머지는 사진으로 찍어 두어도 충분합니다.
정리를 서두르는 마음은 누구나 이해할 만합니다. 다만 버릴지 말지는 혼자 정하지 말고 형제들과 함께 정하는 편이 뒤탈이 적습니다. 큰 짐부터 빼고 종이와 작은 물건은 상자에 담아 한 계절쯤 두었다가 다시 열어 봐도 늦지 않습니다. 부모님을 보내 드린 뒤 남은 형제끼리 멀어지는 것, 그것이 어쩌면 가장 큰 후회일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