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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포대를 뜯고 나면 입구에 집게 하나 물려 베란다 구석에 세워 두는 집이 많다. 한 달쯤 지나 바가지로 쌀을 퍼 올리다 까만 점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서야 손이 멈춘다.
쌀은 매일 먹는 것이라 오히려 관리에 소홀해지기 쉽다. 개봉한 쌀을 처음 맛 그대로 끝까지 먹으려면 살펴볼 것이 네 가지 있다.
첫째, 밀폐 용기나 페트병에 옮겨 담는다
포대나 비닐 봉투는 입구를 접어 묶어도 틈이 남는다. 그 틈으로 습기와 냄새가 스며들고 작은 벌레도 드나든다.
뚜껑이 꼭 맞는 용기나 다 마신 페트병이면 충분하다. 다만 깨끗이 씻은 뒤 안쪽까지 바짝 말려야 한다. 물기가 남은 병에 쌀을 담으면 벌레보다 곰팡이가 먼저 자리를 잡는다.
둘째, 서늘한 곳에 두고 더운 철에는 냉장고를 쓴다
쌀은 따뜻하고 눅눅한 곳에서 맛이 빨리 변한다. 가스레인지 옆이나 볕이 드는 베란다는 생각보다 불리한 자리다.
날이 더워지면 쌀을 담은 병을 냉장고에 넣어 두는 편이 낫다. 쌀은 냄새를 잘 빨아들이므로 김치나 젓갈 곁은 피한다.
셋째, 한 번에 적은 양씩 산다
큰 포대가 값으로는 이득처럼 보인다. 그러나 도정한 쌀은 시간이 갈수록 수분이 빠지고 밥맛이 떨어진다.
식구가 줄어든 집이라면 한두 달 안에 먹을 만큼 사는 것이 맞다. 다 먹고 새로 사는 주기가 짧을수록 벌레가 생길 틈도 줄어든다.
넷째, 벌레가 보이면 그늘에 펼쳐 둔다
벌레가 생겼다고 쌀을 모두 버릴 일은 아니다. 신문지 위에 쌀을 얇게 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두면 벌레가 스스로 빠져나간다. 햇볕에 바로 널면 쌀알이 갈라지기 쉬우니 피하는 것이 좋다.
남은 쌀은 체에 한 번 거르고, 담았던 용기는 다시 씻어 말린다. 쌀알이 거미줄처럼 엉겨 붙은 덩어리가 많거나 냄새가 이상하다면 아까워도 정리하는 편이 낫다.
쌀 한 포대를 다 먹는 동안 계절이 바뀌기도 한다. 마지막 한 줌까지 같은 밥맛을 내는 집에는 대단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습관이 있다.
오늘은 쌀 봉투의 집게를 풀고, 잘 말린 병 하나에 쌀을 옮겨 담는 일부터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