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수록 이상하게 말이 짧아지고 마음은 단단해집니다. 자식이 조심스럽게 다른 의견을 내면 “내가 살아봐서 안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고, 배우자가 서운함을 꺼내면 “내가 뭘 잘못했다고” 하며 등을 돌리게 되지요. 돌아서서 혼자 있을 때는 ‘내가 좀 심했나’ 싶다가도, 막상 다시 마주 앉으면 그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춘추시대의 사상가 공자의 말과 행적은 제자들이 엮은 『논어』에 전해집니다. 그 가운데 위령공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진짜 허물이다.” 원문으로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고 하지요. 사람이니 잘못은 누구나 합니다. 이 말이 정말 짚는 것은 잘못 그 자체보다, 잘못을 알고도 그대로 두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오래 굳으면 고집이 됩니다. 이 가르침에 비추어, 나이 들수록 내려놓아야 할 고집들을 하나씩 살펴보려 합니다.
4위 – 나이를 앞세우는 고집
오래 살아온 시간은 분명 귀한 자산입니다. 다만 그 시간이 ‘내가 틀릴 리 없다’는 근거가 되는 순간, 자산은 짐이 되지요.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맞지 않는 일이 흔합니다.
“내가 살아봐서 안다”는 말은 대화를 끝내는 말입니다. 상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나는 더 이상 배우지 못합니다. 나이를 내세우기보다 “요즘은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래?” 하고 물어보는 편이 훨씬 너그러운 어른의 모습입니다.
3위 – 익숙한 방식만 고집하는 습관
몸이 예전 같지 않은데도 늘 하던 대로 무리하게 일하고, 의사가 바꾸라는 식습관을 “평생 이렇게 먹었다”며 그대로 두는 분들이 계십니다. 익숙함은 편안하지만, 그 편안함이 나를 해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고친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어도 됩니다. 저녁 반찬의 간을 조금 줄이는 일, 엘리베이터 대신 한 층만 걸어 보는 일처럼 작은 변화에서 시작합니다. 낡은 방식을 바꾸는 용기가 남은 삶의 질을 바꿉니다.
2위 – 사과하지 않는 고집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 본 지 얼마나 되셨는지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과는 더 어렵습니다. 체면이 상할 것 같고, 이제 와서 꺼내면 어색할 것 같아 그냥 넘어가곤 하지요.
하지만 사과하지 않은 일은 사라지지 않고 상대의 마음속에 쌓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그 쌓인 것이 벽이 되어, 정작 곁에 있어 주길 바랄 때 사람들이 멀리 서 있게 됩니다. 늦은 사과라도 하지 않은 사과보다는 언제나 낫습니다.
1위 – 알고도 고치지 않는 고집
앞의 고집들은 모두 결국 이 하나로 모입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마음입니다. 공자의 말처럼, 잘못은 실수로 끝날 수 있지만 알고도 그대로 두면 그때부터 진짜 허물이 되지요.
이 고집이 무서운 이유는 스스로를 가두기 때문입니다.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같은 자리에서 같은 다툼을 되풀이하게 되고, 삶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돕니다. 반대로 “내가 잘못 생각했네” 한마디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 자랍니다. 고칠 줄 아는 사람에게 허물은 흠이 아니라 성장의 흔적으로 남습니다.
고집을 내려놓는 일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습니다. 오늘 잠들기 전, 수첩이나 휴대전화 메모장에 ‘요즘 내가 끝까지 우겼던 일’ 한 가지만 적어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내일, 그 일과 관련된 사람에게 딱 한 문장만 건네 보시지요. “그때 내가 고집을 좀 부렸던 것 같다.” 그 짧은 한마디가 굳어 있던 마음을 풀고, 남은 삶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