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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가장 익숙한 공간이라 오히려 경계가 느슨해진다. 수십 년을 오간 길이니 눈을 감고도 다닐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근력과 균형 감각이 달라진 몸에는 같은 집도 다른 지형이 된다.
넘어짐은 운이 나빠서 생기는 일이기보다 집의 구조가 만든 결과인 경우가 많다. 사고가 잦은 집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고, 대부분 오늘 안에 손볼 수 있는 것들이다.
첫째. 욕실 바닥이 맨 타일 그대로다
물기와 비누 거품이 남은 타일은 걸음을 가장 쉽게 빼앗는다. 씻고 난 뒤 몸이 노곤해진 순간과 겹치면 한 번 미끄러졌을 때 버텨 낼 힘이 남아 있지 않다.
욕조 안과 출입구 쪽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까는 것이 시작이다. 매트 가장자리가 들뜨지 않았는지도 가끔 살펴야 한다.
둘째. 밤에 걷는 길이 어둡다
잠결에 화장실로 향하는 몇 걸음은 하루 중 가장 무방비한 시간이다. 눈이 어둠에 익기도 전에 스위치를 더듬다 보면 몸이 먼저 기운다.
침실에서 복도를 지나 화장실로 이어지는 길에 수면등을 두면 불을 켜지 않아도 발밑이 보인다. 움직임에 따라 저절로 켜지는 것이라면 손을 뻗을 일도 줄어든다.
셋째. 바닥에 걸릴 것이 많다
문턱, 벽을 따라 늘어진 전선, 끝이 말린 러그는 모두 발끝을 붙잡는 장애물이다. 늘 그 자리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더 위험하다.
전선은 벽에 고정하거나 가구 뒤로 정리한다. 미끄러지거나 들뜨는 러그는 과감히 걷어 내는 편이 낫다. 문턱이 높다면 경사로를 덧대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하다.
넷째. 손과 발이 무리하는 구조다
자주 쓰는 물건이 높은 선반이나 바닥 가까이에 있으면 까치발을 들거나 허리를 깊이 숙이게 되고, 그 짧은 순간에 중심이 흔들린다. 매일 쓰는 것을 허리 높이로 옮기기만 해도 위험한 동작이 줄어든다.
발도 마찬가지다. 뒤꿈치가 없는 슬리퍼는 걸을 때마다 끌리고 방향을 바꿀 때 쉽게 헛디디게 만든다. 뒤꿈치를 감싸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실내화가 안전하다.
노후의 집은 넓고 근사한 것보다 넘어지지 않는 것이 먼저다.
오늘은 욕실에서 침실까지 직접 걸어 보며 발에 걸리는 곳과 손이 닿지 않는 곳을 하나씩 고쳐 두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