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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바로 자리에 앉는 대신 2분 남짓 걷는 습관이 식후 혈당 관리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지금까지의 연구가 입증한 것은 ‘식사 직후 혈당이 덜 오른다’는 점까지다. 이 습관이 당뇨병 발병까지 막아준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최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미국 툴레인대 의대 골드링 요리의학센터의 로널드 R. 퀸턴 의료책임자의 설명을 소개했다. 퀸턴 박사는 점심 식사 직후 2분 안팎으로 걷는 ‘마이크로 워크(micro walk)’를 권했다. 짧은 걸음이라도 식후 혈당이 치솟는 것을 누그러뜨리고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흉부외과 전문의 출신인 그는 다리 근육이 움직이며 수축하면 혈액 속 포도당이 근육으로 더 많이 들어가고, 그만큼 혈중 포도당 농도가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 식후 30~90분이 혈당 정점
이 원리는 식후 혈당이 움직이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은 대개 30분에서 90분 사이에 가장 높이 오른다. 이 시간에 계속 앉아 있으면 혈당 곡선이 가파르게 솟는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가 생기기 쉽다. 그러면 췌장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더 많이 내보내야 한다.
근육은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쓰는 조직 가운데 하나다. 근육이 수축하면 인슐린 신호와는 별도의 경로로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짧게 걷기만 해도 혈당 정점이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고혈당이 오래 이어지면 혈관 내벽이 손상되고 염증 반응이 커져 여러 만성질환의 토대가 될 수 있다.
◇ 걷기는 혈당과 인슐린 모두에, 서 있기는 혈당에만
연구 결과도 이 설명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2022년 국제학술지 ‘스포츠 의학(Sports Medicine)’에는 7편의 연구를 묶어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오래 앉아 있는 중간중간 가볍게 걸은 경우 식후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모두 낮아졌다. 같은 방식으로 일어서기만 한 경우에는 혈당은 내려갔지만 인슐린 수치에는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 분석에 포함된 연구는 대부분 실험실에서 하루 정도 관찰한 것이다. 이런 습관을 몇 달, 몇 년 이어갔을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걷는 시간을 나누는 방식에 주목한 연구도 있다. 2016년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팀은 평균 60세 제2형 당뇨병 환자 41명에게 두 가지 방법을 차례로 시켰다. 하나는 하루 한 번 30분을 몰아서 걷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 끼 식사 뒤마다 10분씩 걷는 것이었다. 총 걷기 시간은 같았지만, 나눠 걸었을 때 식후 3시간 동안의 혈당 상승분이 평균 12% 더 낮았다. 저녁 식사 뒤에는 차이가 22%로 가장 컸다. 저녁은 하루 중 탄수화물을 많이 먹고 이후 활동량이 줄어드는 시간대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결과다.
◇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
두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는 범위를 분명히 나눠야 한다. 연구가 보여준 것은 식사 뒤 혈당이 덜 오르는 단기적인 변화다. 식후 걷기를 꾸준히 한 사람이 실제로 당뇨병에 덜 걸리는지, 이미 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합병증이 줄어드는지는 이 연구들로 판단할 수 없다. 2분 걷기를 ‘당뇨 예방법’으로 여기기보다, 식후 혈당 변동을 줄이는 보조 수단 정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학계의 공식 권고는 이런 근거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26년 진료지침에서 당뇨병 환자에게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적어도 30분마다 끊으라고 권고했다. 일어서기나 짧은 걷기 같은 가벼운 움직임이면 충분하다. 국내 상황도 가볍지 않다.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는 533만명으로, 7명 중 1명꼴이다.
◇ 밖에 못 나가면 제자리걸음·발뒤꿈치 들기도
날씨나 업무 때문에 밖에 나가기 어렵다면 실내에서 몸을 움직이면 된다. 사무실 복도를 한 바퀴 돌거나, 자리 옆에서 제자리걸음을 해도 된다. 발뒤꿈치를 천천히 들었다 내리는 동작이나 가벼운 스쿼트처럼 하체 근육을 쓰는 동작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핵심은 강도보다 식사 직후 ‘앉아 있는 시간을 끊는 것’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인슐린을 맞거나 설포닐우레아 계열처럼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을 먹는 환자는 식후 활동을 새로 시작하기 전에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약 효과와 운동 효과가 겹치면 혈당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식후 짧은 걷기가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수단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적정 체중 유지라는 기본 원칙을 대신할 수는 없다. 다만 돈이 들지 않고 부담도 적은 만큼, 이런 기본 관리에 더하는 생활 습관으로 활용할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