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 장례를 마치자마자 쓰레기봉투부터 꺼내고 계신가요? 그 봉투에 담긴 종이 한 장이 형제 사이를 갈라놓을 수도 있습니다.
빈집 관리비도 걱정되고 남은 물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서 짐을 서둘러 치우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유품 가운데에는 상속 절차가 끝날 때까지 남겨 두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부모님 집을 정리할 때 가장 나중에 손대야 할 것 세 가지를 짚어 봅니다.
3위. 부동산 계약서와 영수증
누렇게 바랜 서류철을 보고 큰형이 “이런 옛날 계약서는 이제 아무 쓸모 없다”며 밀어 두면, 다른 형제들은 말은 안 해도 정말 다 확인한 건지 마음 한쪽이 찜찜해집니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버리는 손이 유난히 빨라 보이기 마련입니다.
이런 서류에는 부모님이 언제 어떤 부동산을 샀는지, 세를 놓아 돌려줘야 할 보증금이 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상속세를 신고하거나 형제끼리 재산을 나눌 때 근거가 되고, 세입자가 보증금을 요구할 때도 필요합니다. 사진을 찍어 두고 원본은 상속 정리가 끝날 때까지 한 상자에 모아 두는 편이 무난합니다.
2위. 부모님 휴대폰
장례 직후 누군가 “엄마 폰 요금 계속 나가니까 이번 주에 끊자”고 하면, 아직 마음 정리가 안 된 형제는 서운함부터 올라옵니다. 그 안에 마지막 목소리와 사진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휴대폰에는 부고를 미처 전하지 못한 지인의 연락처나 거래 금융회사의 문자, 매달 빠져나가는 보험료나 대출 알림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호를 해지하면 이런 단서를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해지는 몇 달 미루고 연락처와 사진, 문자부터 옮겨 두시기 바랍니다. 다만 고인 명의의 인증서로 금융 거래를 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확인 용도로만 쓰셔야 합니다.
1위. 통장·도장·보험증권
서랍에서 낡은 통장 뭉치가 나왔을 때 “요즘은 은행 가면 다 조회되니까 버려도 돼”라고 하면, 듣는 형제는 혹시 혼자 뭔가 알고 있는 건 아닌지 괜한 의심이 듭니다. 돈과 관련된 물건은 버리는 사람의 뜻과 상관없이 오해를 사기 쉽습니다.
사망신고를 할 때 상속재산 조회를 함께 신청할 수 있지만, 통장과 보험증권이 있으면 어느 금융회사에 무엇이 있는지 훨씬 빨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험증권에는 수익자와 보장 내용이 적혀 있어 보험금을 청구할 때 도움이 됩니다. 도장은 돌아가신 뒤 함부로 쓰면 안 되지만 정리가 끝날 때까지 함께 보관하는 편이 낫습니다. 형제가 모인 자리에서 목록을 적고 사진을 나눠 가지면 뒷말이 줄어듭니다.
유품 정리는 슬픔을 정리하는 일이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래도 통장과 휴대폰, 부동산 서류만큼은 상속 절차가 끝난 뒤에 손대는 편이 형제 모두에게 편합니다. 다 같이 들여다보고 나서 버린 물건은 나중에 아무도 탓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