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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면 돈 쓸 일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생각만 믿고 첫해를 보내면 통장이 먼저 바닥을 보입니다. 출퇴근도 회식도 없으니 생활비가 줄 줄 알았는데, 몇 달 뒤 카드 명세서와 고지서를 펼쳐 보고 당황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은퇴 첫해에 빠져나가는 돈은 예전 습관보다 바뀐 생활에서 새로 생기는 경우가 많아 미리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퇴직 직후 예상보다 크게 나가는 지출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3위. 시간이 남아서 늘어나는 외식·카페·교통비
아침을 먹고 나면 “날도 좋은데 나가서 점심 먹고 올까” 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배우자는 함께 나서는 게 반가우면서도 속으로는 이번 주에만 몇 번째인지 헤아립니다. 점심 한 끼에 커피, 오가는 차비까지 더하면 하루 몇만 원이 금세 나갑니다.
한 번에 쓰는 돈은 작아 보여도 매일 반복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출퇴근에 묶여 있던 시간이 풀리면서 하루 일과가 곧 지출이 되기 쉽습니다. 외출하는 날을 대략 정해 두고 도서관이나 공원, 복지관 프로그램처럼 돈이 덜 드는 갈 곳을 만들어 두면 시간도 채우고 지갑도 지킬 수 있습니다.
2위. 현직 때 기준을 못 내려놓는 경조사비
옛 직장 동료가 “선배님 오시면 다들 반가워할 거예요”라며 후배 결혼 소식을 전하면, 듣는 쪽은 고마우면서도 속으로 봉투 두께부터 떠올립니다. 직함은 내려놓았어도 예전만큼은 해야 한다는 마음이 남아 있어서입니다.
현직 때는 관계를 이어 가는 비용이던 경조사비가 퇴직 뒤에는 고스란히 생활비에서 빠집니다. 축의금은 보통 5만~10만 원 정도에서 관계에 따라 정하는 경우가 많고, 퇴직 후 금액을 조금 줄여도 크게 개의치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까운 사이에는 직접 찾아가고, 연락이 뜸했던 관계에는 축하 문자나 소박한 봉투로 마음을 전하는 편이 무난합니다.
1위. 지역가입자로 바뀌며 늘어나는 건강보험료
퇴직 몇 달 뒤 고지서를 받아 든 배우자가 “월급도 없는데 보험료가 왜 더 나와요?”라고 물으면, 퇴직한 쪽은 대답보다 민망함이 먼저 올라옵니다. 수입은 줄었는데 내야 할 돈이 늘었으니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직장가입자일 때는 회사가 보험료의 절반을 냈지만 지역가입자가 되면 전액을 본인이 냅니다. 소득뿐 아니라 보유한 재산도 보험료에 반영됩니다. 퇴직 전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예상 보험료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요건을 갖추면 일정 기간 직장 때 수준으로 보험료를 내는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하면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오르는 방법도 있으니 함께 따져 볼 만합니다.
은퇴 첫해에는 수입의 모양과 함께 지출의 모양도 바뀝니다. 제도 때문에 생기는 건강보험료, 체면 때문에 생기는 경조사비, 남는 시간 때문에 생기는 외식비는 미리 알고 있으면 당황할 일이 줄어듭니다. 퇴직 전후 몇 달만 지출을 적어 보아도 앞으로의 생활비가 어디로 흘러갈지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