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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보험에 들어 놓고 보험금을 한 푼도 못 받는다면 믿겠는가. 보험료를 꼬박꼬박 냈어도 청구할 사람이 없으면 보험금은 그대로 묶인다. 치매나 간병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본인이 서류를 챙겨 보험사에 청구하는 일부터 어려워진다.
이런 때를 대비해 두는 장치가 지정대리청구인이다. 왜 필요한지, 어떻게 신청하는지, 지정한 뒤 무엇을 해 둬야 하는지 차례로 짚어 본다.
첫째. 청구할 사람이 없으면 보험금도 멈춘다
지정대리청구인은 본인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을 때 대신 청구하도록 미리 정해 두는 사람이다. 계약자와 피보험자, 보험금을 받는 사람이 모두 같은 계약에서 주로 쓰인다.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가족이 법원의 후견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든다.
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대개 피보험자와 함께 살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배우자, 또는 피보험자의 3촌 이내 친족이다. 세부 기준은 약관마다 다를 수 있다. 범위 안에 있다고 아무나 고를 일은 아니다. 실제로 병원에 동행하고 서류를 챙길 수 있는 사람인지 따져 보는 것이 좋다.
둘째. 판단이 온전할 때 본인이 신청해야 한다
지정은 가입할 때 해도 되고, 이미 가입한 계약에 나중에 추가해도 된다. 보험사 고객센터나 지점에 문의하면 되며, 회사에 따라 앱이나 담당 설계사를 통해 접수하기도 한다. 다만 계약자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하므로 미룰수록 기회가 줄어든다.
필요한 서류는 보통 지정 신청서와 계약자 신분증, 그리고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록등본 정도다. 지정 대상은 대개 한 사람이며, 사정이 바뀌면 변경할 수 있다. 가입한 보험이 여러 건이라면 계약마다 따로 지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셋째. 지정만 하고 알리지 않으면 소용없다
지정된 가족이 그 사실을 모르면 필요한 순간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 보험사의 어떤 상품에 가입했는지, 누구를 지정했는지, 증권은 어디에 있는지를 직접 말로 전해야 한다. 같은 내용을 메모로도 남겨 둔다.
청구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도 함께 알려 둔다. 대리청구인은 보통 청구서와 진단서 같은 의료 서류, 자신의 신분증, 가족관계 서류를 갖춰 청구한다. 다른 가족에게도 누가 이 일을 맡았는지 알려 두면 훗날 오해가 줄어든다.
보험의 진가는 가입할 때보다 보험금을 받아야 할 때 드러난다. 그때 본인이 직접 말할 수 없다면 대신 말해 줄 사람이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한다. 정신이 맑을 때 지정대리청구인을 정하고 가족에게 분명히 알려 두는 것, 오늘 해야 할 일은 그것 하나다.
